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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모양 Aug 27. 2019

누구나 좋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겠죠

무인양품이란 브랜드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후카사와는 말했다.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꿈과 행복을 주는 행위다.” 이렇게. 그러므로 제품 디자인이란, 오늘날의 생활을 좋게 만드는 일이라고.


그는 디자이너들이 '세상을 좋게 만들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디자인이란 게, 그리고 디자이너란 직업이, 이 세상에 유용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받을 거라며. 우리 결과물이 세상을 더 좋게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주 멋지고 그럴듯하며 맞는 말이다. 참. 진실. 트루. 하지만 솔직히 후카사와의 이런 생각을 글로 접했을 때 나는 “그걸 누가 몰라? 알면서 하지 못하니까 답답한 거지.”하며 따지고 싶어 울컥했다. 그만큼 현실 디자이너들이 필드에서 자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나도 디자이너다. 내 이름 석자가 쓰인 명함에 ‘00 디자이너’라는 꼬리표가 달린 지 어느덧 5년째가 되어간다. 그러니까 후카사와의 표현에 따르면 나는 ‘세상을 좋게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누가 내게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세상에 유용하고 가치 있는 창조활동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끄덕이며 대답할 자신이 없다. 키보드와 마우스 위에 올려진 손을 바쁘게 손을 움직이다가도 가끔은 지금 내가 뭐 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내 또래의 다른 디자이너들도 이럴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모두 후카사와의 말처럼 ‘나는 세상을 좋게 만드는 디자이너야’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며 일하고 있을까?


꽤나 많은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먹고사니즘을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겠지. 나처럼. 그러면서도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을 품고 있겠지.


스타 디자이너가 아닌 현실 디자이너들을 만나서 우리들이 사람들에게 선물하고픈 꿈과 행복이란 건 어떤 모양인지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러면서 계속 꿈을 꾸고 싶다. 바라던 꿈을 접거나 타협하면서 잘 살고 있는 사람보다 꿈과 용기를 버리지 않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배우고 싶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디자이너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가치 있는 일을 만나, 온 힘을 다해 일하면서, 좋은 디자인을 꿈꾸면서, 다음 세상을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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