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뭐 해?”
“에버랜드 야간개장?!”
“어?...”
예상치 못했던 제안이었다. 오후 3시 30분.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갑자기? 응 갑자기. 갑자기 에버랜드라니. 너무 좋은 생각이다. 가자.
그리고 30분 후, 우리는 에버랜드 티켓을 끊고 있었다.
서른살 여자 사람 세 명. 우리는 거침이 없었다. 계획에 없던 에버랜드에 가기로 마음먹고, 내비게이션에 에버랜드 길 안내를 켜고, 30분 만에 주차장에 도착했다. 선글라스를 쓰고 콧노래를 흥얼대며 꿈과 환상의 나라 에버랜드에 입장했다. 사진을 찍고, 롤러코스터를 타고,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고, T익스트레스를 향해 갔다. 계단을 오르니 놀이동산의 전경이 활짝 눈에 들어왔다.
올라간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았다. 나는 꿈인지 환상인지 모르겠는 좋은 기분 상태로 모든 시간을 누렸다. 롤러코스터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회전목마 위에서 둥실둥실 어깨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다. 장난감 가게에서 동물 인형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장난감 칼을 들고 칼싸움 자세를 취해보기도 했다. 갑자기 선물 받은 꿈 같은 하루. 이런 게 행복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행복일까. 더 기대하는 건 욕심이다 싶을 정도로 완벽한 하루였다.
집에 돌아와 다시 생각해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J와 S와 나는 같은 고등학교에 배정받으면서 친해진 고교 동창생인데, 그때도 함께 에버랜드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과 내가 15년 만에 다시 에버랜드에 다녀왔네. 지금 우리 나이가 서른살이니까 인생의 반을 이들과 함께 성장해온 셈이네. 참 오래됐네. 참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각자 여러 가지 일을 겪었고, 그러면서 다들 많이 컸네. 감회가 새롭다.
드라마 눈이부시게가 생각났다. 김혜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눈이 부신 하루. 오늘을 살아가는 것. 그건 참 행복이다. 내게 오늘이 그랬던 것처럼.
롤러코스터 같은 세상이지만, 지금을 망치지 말고, 오늘 하루 내게 주어진 시간을 눈부시게 살아야겠다. 지금 확실하게 행복하게.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