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봐봐봐 여름성경학교 후기 #4
어색했던 아이들과 조금 친해졌나 싶을 때 즈음, 성경학교 마지막 날이 되었다. 공과공부시간에 우리는 베드로가 성전 문 앞에 앉아서 구걸하던 앉은뱅이를 일어나 걷게 한 사건을 배웠다.
'베드로가 가로되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으라 하고 (사도행전 3:6)'
말씀본문을 함께 읽고 나누면서, 아이들에게 성전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앉아 구걸하는 신세였던 앉은뱅이에게 정말 필요했던 건 금이나 은이 아니었다고 알려줬다. 베드로는 이 일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전한 거라고. 그렇게 일러주었다.
그런 다음 O X 퀴즈를 통해, 일어나 걷게 된 그 앉은뱅이는 집으로 가지 않고 성전으로 들어가 곧장 하나님을 찬미했다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치유받아 걷게 되었을 때 성전에 들어가 하나님을 찬미한 앉은뱅이처럼, 표적과 이적을 보고 놀라 모인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목하자 유대인들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던 그 예수님이 고치셨음을 담대하게 전한 베드로처럼,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야기했다.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부활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사람들이니까. 감사히 변화하는 성도의 인생을 살자며.
그렇게 여름성경학교의 마지막 말씀을 배운 후, 아이들과 각자의 삶에 적용해 보고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 각자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건지 적어봐 얘들아. “
공과공부를 진행한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나의 말과 행동을 어떻게 바꿀 건지 적어보자고 했다.
목사님의 아들 B는 '욕 하지 않기'와 ‘효도하기'를 적었다. 앞으로 부모님께 더 효도하겠다고 발표하고 머쓱하게 웃어 보이는 B의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목사님 아들의 발표를 들은 다른 선생님이 짓궂게 물었다.
"오~ 선생님이 이따 엄마아빠 만나면 말해도 돼? 어떻게 효도할 건데?"
녀석은 대답을 하지 않고 배시시 웃기만 했다.
그러자, 다른 아이가 갑자기 끼어들어 말했다.
"샤넬빽!!!!"
애써서 준비한 공과공부가 헛수고가 된 것 같은 허망한 기분이 들었다. 맙소사. 이런 전개는 너무하잖니 얘들아...! 너희들 덕분에 선생님 머리에 흰머리가 나고 눈 밑에 다크서클이 더해질 것 같아. 오늘 하루동안 뭘 배운 거니 얘들아.
나는 그 아이에게 확실하게 그건 틀렸다고 말해줬다. 샤넬백은 정답이 아니라고.
"아니야. 부모님은 샤넬백보다 네가 구원받는 걸 더 기뻐하실걸."
그렇게 말하고 흔들림 없는 눈빛을 발사하며 '나 지금 엄청 진지해. 장난치지 말아라.'라는 무언의 압박을 보냈다. 선생님은 조별모임에 도움이 안 되는 장난스러운 발언은 사뿐히 딛고 넘길 거라는 듯. 완고하게.
그러자 샤넬백을 외치며 까불대던 T는 장난을 멈췄고, 우리의 성경공부는 그렇게 끝이 났다.
누가 이 아이에게 효도는 샤넬백으로 하는 거라 가르쳤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른들이 문제란 생각이 든다. ‘진리'보다 '명품백'의 가치를 더 귀하게 여기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렇게 물들였구나 싶어 씁쓸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는 나도 똑같겠지. 피조물로서의 의무이자 택함 받은 자녀로서의 거룩한 사명이 전도인데. 헌금이나 기부 같은 간편한 방법으로 자녀 된 도리를 다 하고 있다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먹고살기 바쁘다며 하나님과의 교제를 소홀히 하던 나도. 샤넬백을 구해주는 것 만이 최고의 효도라 착각하고 부모님을 공경하는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는 철부지 자녀의 모습도. 주님이 보시기에는 도찐개찐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작 어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삶을 살지 않고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전한다는 게 참 역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도하고 다짐했다.
주님,
코로나로 인해 흩어졌던 저희가 다시 모여 성경학교를 치를 수 있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저희가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도 모두 주님의 은혜임을 깨닫습니다.
제자들을 통해 복음이 전파되게 해 주시고, 이 땅에 복음을 전해주시고, 오늘날 우리가 주님의 귀한 말씀을 나눌 수 있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베드로의 사역을 통해 주님을 바라보게 하는 증인의 삶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1. 마음이 가난한 자가 되겠습니다. 금과 은을 구하지 않으며 주님 뜻을 구하겠습니다. 겸손한 마음을 주시고, 영혼의 양식에 대한 갈급한 마음을 회복시켜 주세요.
2. 말을 조심하겠습니다. 말로 상처 주는 자가 되지 않도록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겠습니다.
3. 요행을 바라지 않으며, 성실하게 일하겠습니다. 게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주어진 일을 책임 있게 대하겠습니다.
때론 상냥하게 때론 당당하게 복음을 선포하게 해 주세요. 이 기도를 기억하고 지킬 수 있도록 성령님 함께 해주세요.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