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선언과 재해석
지훈의 동결은 폭력 하나, 규칙 하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조건부 애착이라는 불안정한 안전 위에서, 위협이 반복되며 학습된 생존 반응이다.
회의실의 공기는 평소보다 무거웠다. 지훈은 자신의 차례가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분당 130회를 향해 치닫는 것을 느꼈다. “박 과장님, 이번 프로젝트의 리스크 관리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팀장의 목소리가 떨어지는 순간, 지훈의 세계는 진공이 되었다. 소리가 사라지고, 색이 빠지고, 방금 전까지 정리되어 있던 문장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입을 열려 했지만 턱은 굳었고 혀는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시선이 화살처럼 꽂혔다. 그는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동시에 거기에 없었다. 자신의 몸을 멀리서 내려다보는 유령처럼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개입할 수 없었다. 타인의 눈에는 무능처럼 보였을 그 순간, 지훈은 죽음보다 깊은 무력감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게 동결(Freeze)이었다.
우리는 스트레스 반응을 싸움(Fight)과 도피(Flight)로만 배운다. 하지만 둘 다 봉쇄될 때 신경계는 세 번째 전략을 꺼낸다. 멈춤. 동결. 이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진화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모드’다.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전두엽 기능을 낮추고, 감각을 둔하게 하며,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가장 안전한 상태로 판단한다. 살아남기 위해 잠시 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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