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거짓 진술, 그러나 진짜였던 마음
- 피해자가 된 이유, 자백의 심리
진술을 분석하던 그날, 나는 확신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 침묵을 자주 끊어 삼키며 울음을 눌러가던 모습.
그 여학생은 계부에게 반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진술은 구체적이었고 일관되었으며 맥락과 감정은 적절히 동반되어 있었다. 그 학생이 제출한 진술서를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되었고 계부는 아이와 즉시 분리 조치되었다. 경찰도, 변호사도, 진술분석을 하던 나도 그 말에 ‘속았다’.
� 진술은 말이지만, 말은 진실이 아니다
약 6개월 후 그 여학생은 자신의 진술이 거짓이었다고 자백했다. 친한 친구가 청소년 쉼터에 들어가 있었고 그 친구와 함께 있고 싶었다는 이유. 그리고 집에서 반복되던 엄마와 계부의 잔소리와 감정적 억압을 피하고 싶었다는 것.
“성추행당했다고 하면, 나도 쉼터에 들어갈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 여학생은 조용히 말했다.
“그 친구가 얼마 전에 자살했어요. 그 일을 겪고 나니 제가 너무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말해야 했어요.”
� 그날 우리는 왜 속았을까?
나는 지금도 그때의 진술 내용을 기억한다.
세세하고도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
"아래에서부터 이불을 들추고 바지를 내리고 '찰칵' 하는 카메라 찍는 소리가 났어요,,," 와 같은 계부의 행동 묘사
감정을 따라 흐르던 눈물과 그 눈물을 삼키는 행동
이것은 대부분 거짓 진술의 조건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학생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처럼 거짓을 구성했다. 왜냐하면, 그 여학생의 “감정은 진짜였기 때문” 이다.
학생은 억눌린 가족 속에서의 스트레스, 심리적 고립, 부모에 대한 분노, 친구와의 동조 욕구를 모두 ‘진술’이라는 방식으로 표출한 것이다.
말은 거짓이었지만, 그 말에 담긴 감정은 진짜였다.
� 청소년의 진술 – “현실보다 마음이 더 우선일 때”
청소년은 정서적으로 강렬하게 반응하지만, 그 감정을 현실과 구분해서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은 아직 미성숙하다. 이 아이는 억눌린 감정과 갈등 상황에서 “이 현실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거짓 진술이라는 방식으로 출구를 만든 것이다.
그 진술은 공격이 아니라 회피, 악의가 아니라 감정의 재현이었다.
� 자백은 죄책감과 충격으로부터 나온다
그 여학생은 말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백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친한 친구의 자살이라는 충격 때문이었다.
죄책감은 단순히 잘못해서 생기지 않는다. 진짜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든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와야 그 감정은 죄책감으로 전환된다. 학생은 뒤늦게 ‘자기 말의 무게’를 감정적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자백했다.
어쩌면, 이 자백은 그 아이의 첫 번째 진짜 진술이었을지도 모른다.
� 전문가의 자리에 선다는 것
10여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는 어떤 진술도 100% 확신하지 않게 되었다. 말이 정교하다고 해서 진실은 아니고 눈물이 흘렀다고 해서 고통이 진짜인 것도 아니다. 진짜는 말과 말 사이에 있고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들여다볼 때만 보인다.
진술은 정보가 아니라, 감정의 구조이며 심리적 위치다.
✒️ 작가의 메모
여학생은 거짓말을 했지만,
그 진술은 단지 악의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감정, 결핍, 연결 욕구, 회피, 그리고 ‘살고 싶음’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 학생을 비난하지 못한다.
나는, 그 진술의 ‘동기’를 분석하는 사람일 뿐이다.
말하지 못한 감정, 침묵과 회피의 언어
마음의 언어-침묵, 회피, 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