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당신이 속고 있다는 3가지 증거

2편. 지위가 높을수록 거짓말은 세련되어진다

by 흔들리는 전문가

법의 수호자가 선택한 기괴한 알리바이와 인지부조화


1. 엘리트의 추락: 길 위에서 마주한 낯선 본능

2014년 8월 여름밤, 제주도의 한 대로변에서 믿기 힘든 사건이 발생했다. 법질서의 상징이자 검찰 조직의 수장이었던 현직 지검장이 길거리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다가 체포된 것이다. 이 사건은 당시 대한민국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진술분석가의 관점에서 이 사건이 진정으로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범행 그 자체가 아니라, 체포 직후 그가 내뱉은 첫 마디부터 시작된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적이 없다. 나랑 인상착의가 비슷한 다른 사람을 착각한 것 아니냐'.


이 짧은 부인 속에는 고지능 범죄자, 특히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이 치명적인 위기에 몰렸을 때 보이는 전형적인 심리 기제가 압축되어 있다. 25년 동안 수많은 화이트칼라 범죄자를 분석하며 느낀 점은, 그들은 결코 자신의 무너진 자존감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 인지부조화와 자아 방어의 결합

심리학적으로 이 상황은 강렬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유발한다. 나는 법을 집행하는 고위 공직자다라는 자아상과 나는 길거리에서 추태를 부린 범죄자다라는 현실이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때 뇌는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바로 현실을 왜곡하거나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그가 말한 다른 사람이라는 가상의 존재는 단순한 거짓말을 넘어, 그가 그 순간 얼마나 처절하게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어기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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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기억, 진실과 왜곡 사이에서 마주한 이야기들을 저서 《뇌의 배신》, 《흔들리는 전문가》 시리즈를 통해 서사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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