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2
치앙마이+2 / 태국+2
치앙마이에서의 이틀차.
한국보다 두 시간 느린 태국의 시간. 아침 일곱시, 나름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누나가 이런저런 해외여행 관련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한국 대사관과 태국 경찰 등 비상 연락처를 정리하고 해외 카드 사용 방법을 알아냈다.
알아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려니 사용이 안됐다. 우리은행 외화체크카드였는데, 결국 여행이 끝날 때 까지 한번도 사용하지 못했다.
<첫번째 숙소, 98tower>
일찍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숙소에 꽤 늦게까지 머무르고 떠났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두려워서. 숙소 밖은 진짜 태국이다. 난생 첫 혼자 해외여행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무계획주의자 치고 나름 계획을 세우겠다며 버티다가 체크아웃 시간에 떠밀려나온 셈이다.
이 전 포스팅에서 말 못한 점이 있는데, 여기 체크인이 무슨 방탈출 같았다. (첫 숙소라서 모든 태국 숙소가 이런 줄 알았지만 오직 여기만 이렇게 어려웠다.) 로비에서 중문을 뚫고 들어가는 게 무슨 방 탈출 같았다. 미리 알려준 비밀번호를 문 옆의 도어락에 치는데 안 열리길래 섭씨 32도의 로비에서 호스트와 연락하느라 땀을 삐질 흘렸다. 알고보니 리셉션의 작은 금고를 열어 열쇠를 얻어내야 했던 것. 깊은 밤이 되어서야 숙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첫 번째 일정. 점심>
나의 치앙마이 여행 소식에 『퇴사는 여행』의 저자 혜윤님이 여러 스팟들을 추천해주셨다. 그 중 하나인 Blue Noodle. 우리나라로 치면 카카오 택시와 같은 그랩을 타고 음식점까지 이동했다. 그랩은 일반 차로 운행한다.
*태국은 좌측통행이다.
이렇게나 평범한 차 일줄은 몰랐는데. 적어도 택시처럼 나 그랩이라 티는 낼 줄 알았지.
블루누들의 소고기 쌀국수. 80밧, 약 3200원. (태국여행을 마치고 보니 꽤 비싼 편)
타이티도 하나 시켰는데 음식 나오기 전에 내가 엎어버렸다.
태국 여행에서 카메라로 영상을 정말 많이 남겼다. 풍경 뿐만 아니라 날 비추는 동영상도 정말 많이 찍었는데 (고등학교 친구 재혁이가 회차당 2만원에 제작해주겠다고 했다) 잘 찍고 다니다가도 이상하게 한국인들 마주치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제발 내 말을 알아듣지 말아주세요.
국수는 진짜 맛있다. 태국 음식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다. 혜윤님 추천리스트 신뢰도 +1
아직 한국 시간에 익숙해서인지, 열두시가 안 된 이른 점심이었다. 나 앉고서 웨이팅이 꽤 길게 생겼다.
아무튼 운 좋게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옆에서 바지 하나를 샀다.
(*전 화 참조 : 옷을 사야했다. 그런데 이 때만 해도 현지 물가를 몰라 바지 259밧이면 싸다싶어서 홧김에 사버렸다. 약 만이천원)
나는 망고를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하는 건 아니고 그냥 좋아하지 않을 뿐인데, 길 가다가 40도의 날씨를 견딜 수 없어 급히 들어간 생과일 음료수 가게. 기념이라 치자며 망고 스무디를 주문했다. 근데 한국에서 먹던 망고스무디가 아니다. 분명 내가 망고랑 물이랑 얼음만 넣고 가는 걸 봤는데 과일의 단맛이 극에 달했다.
정말로 태국에서 1일 1≤N 망고스무디 했다.
<에어컨이 있겠다 싶어 들어간 카페> (호스텔 체크인까지 두 시간정도 남았기에 시간을 때워야 했다)
성수동같았다. 크게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익숙한 그림을 원한 것도 아니어서 금방 나왔다. 지나가다 만난 옷 가게에서 산 모자와 선글라스. 여행 내내 함께한 고생 많이 한 친구들.
+그들이 빨래를 너는 방법.
길가의 수풀에 널부러진 빨래를 보고 낯설음을 느꼈다. 어느 나라에서는 '누가 훔쳐가지 않을까' 걱정하겠지만 아마 한국에서는 '누가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며 걱정했겠지. 그 중에서도 걱정없이 수풀에 빨래를 너는 이 도시가 마음에 들었다.
<치앙마이 올드타운 북쪽에 위치한 AMAKA B&B> (2박 3일 예정이었지만 앞으로 많이 등장 할 예정)
이번 여행에서는 디지털 노마드를 만나겠다는 꿈을 세웠다. 그렇기에 가능한 호스텔에 머물며 많은 여행자들을 만나자는 목표도 있었다. 너무 친절했던 Urana의 설명을 들으며 체크인을 했고 근처의 맛집들까지 소개받았다. 또 두려움이 발동해서 숙소에 스스로 발 묶으려 하다가 오후 네 시가 넘어 내가 나를 내쫒았다.
<나이트 바자로 향하는 길의 송태우> *송태우: 작은 트럭을 개조한 셰어카.
운 좋게 현지인과 같이 송태우를 탔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이동했다. 치앙마이에 일주일정도 머물 생각이라 하자 어느 곳을 가보라며 이틀치 일정을 짜주셨다. 탈 때 기사는 나보고 40밧을 내라고 했지만 현지인 아주머니들이 나보고 25밧만 내도 된다고 알려주셨다. 내릴 때에도 나 대신 기사와 싸워주시고 잔돈까지 바꿔주셨던 아주머니들. 감사합니다:)
지금 들고온 45L 가방으로는 어림도 없을 걸 느껴서 시장에서 가방을 보고다녔다. 한 브랜드 샵에서 600밧 약 24000원을 주고 30L짜리 가방을 샀다.
(이때까지만 해도 잘 산줄 알았다)
<치앙마이 올드타운을 둘러싼 성벽 중 동쪽의 성문, 타패 문>
나이트바자가 근처에 있는 것 말고는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았던 곳. 얼마 머무르지 않고 자리를 뜨는데 자기를 포토그래퍼라 부르는 한 사람이 지나가는 나에게 저 노을빛이 너무 예쁘지 않냐고 말을 걸어왔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풍경과 낮은 건물, 그 건물보다 높게 자란 가로수들. 문득 내가 여행을 떠나왔다는 걸 실감했다.
작은 시장 근처를 걷다가 돗자리 펴고 가방파는 곳을 보았다. 이 가방을 100밧 (4천원)에 겟 했다.
길을 걷는데 정장점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Where you from?
: Take a guess
China? Singapore?
: .
한국에서도 한국인처럼 안 생겼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중국과 싱가포르는 예상 답안에도 없었는데 말이다.
<태국의 김밥천국, Aroy Dee>
So so. 새우 팟타이를 먹었는데 그냥 그랬다. 태국에서의 첫 팟타이었는데.
이 시작 때문에 태국여행 중반까지 팟타이를 아예 찾지 않았다. 크래비에서 미친 팟타이를 만나기 전 까지는.
<야시장에 가던 중 어떤 노래에 이끌려 이 곳에 들어갔다. John gallery>
(노래 제목 찾아보려 했는데 안 찾아진다)
입구의 한 문장으로 이미 홀린 채 들어갔다.
Can't get lost, if you don't care where you are
여행 시작한지 하루만에 이런 문장을 만났다. 어디에 위치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따르는지가 삶의 향방을 결정한다면, 결과는 과정 그 자체일거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글과 함께 빛나는 에너지를 마음 가득 품었다.
<Ploen ruedee>
여기도 노래 따라 들어갔는데 나중에 보니 혜윤님 추천 리스트에도 있었다.
야시장과 음악이 함께 있는 곳. 어느 나라라고 그러지 않겠냐만은, 치앙마이는 정말 음악의 도시인 것 같다고 생각든다. 어딜가나 음악가들이 있고 멈춰서서 이를 즐기는 관객이 있다. 밥 딜런의 Knockin' on heaven's door 가 흘러나왔고 맥주 한 병 마시며 마음을 붕 띄웠다.
영화가 끝날 무렵 나올듯한 노래를 들으며 호스텔로 돌아갔다.
<amaka B&B>
호스텔 라운지에서 일기를 쓰다가 오스트리아에서 온 여행자를 만났다. 이름은 아틸라.
#thisisouryo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