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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부장 Sep 26. 2024

입학을 기다리며

입학식 준비의 기술


  3월이 오기 전 가장 급한 일은 입학식 준비, 그중에서도 입학식에 필요한 물품 구입이다. 학용품, 입학 선물, 청소용품, 현수막 등을 준비한다. 입학식 당일 행사 진행은 교무부장,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께 맡기고 일단 물품 구입 선택부터 시작해야 입학식 전에 물건을 받을 수 있다.     


  올해 학생 1인당 입학선물 구입비로 1만 원, 도서 구입비로 3만 원이 책정되어 있었다. 작년 물품 구매 내역을 보면서 필요 없는 물건은 제외시키려 했는데, 1년 사이 종이값이 많이 오르면서 구매할 수 있는 공책권수가 줄었다. 1학기에 쓰는 칸 큰 공책 한 권, 2학기 받아쓰기 할 때 쓸 10칸 공책 2권, 종합장 n권, 고학년 진급 후에도 오래 쓸 수 있는 이케아 빗자루 세트를 고르니 예산에 딱 맞게 입학선물을 준비할 수 있었다.

     

빗자루 세트는 이케아에서 제일 먼저 구입   


  기존 문구사에서 대대로 샀던 저렴이 빗자루 세트를 2년간 사용해 본 결과 1학기가 지나기도 전에 쓰레받기가 부서지고, 빗자루 솔이 휘거나 빠졌다. 빗자루계의 명품이라는 덴마크산 바이칸 제품을 사서 오래 쓰면 좋겠지만 그걸 사면 다른 학용품을 전혀 사지 못해 이케아 빗자루 세트로 타협했다. 기존 천 원짜리 제품보다는 세 배 정도 비싼 고가품이니 좀 더 오래 쓰고 버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플라스틱 제품을 최소한으로 구입하려고 처음에는 스테인리스 쓰레받기에 싸리빗자루로 구성된 세트도 학년 선생님들께 제안했다. 싸리 빗자루는 시간이 지나면 솔이 분리되어 흩어지는 문제점이 있었고, 스텐 빗자루는 끝이 날카로워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이지만 탄탄해 보이는 이케아 쓰레받기를 구입하기로 했다. 한 학기가 지난 24년 9월 기준으로 문제없이 잘 활용하고 있으나 새로 구입한 책상에 설치된 두꺼운 책상 고리에는 걸리지 않아 케이블 타이로 연결해서 쓰고 있다. 2월 말에는 전국 초등학교에서 주문하는 양이 많은지 이케아 홈페이지에 일시 품절이라는 안내가 떴다. 나머지 학용품부터 구입하려고 작년 부장님께 안내받은 업체에 구입 품목을 전달하고 견적서부터 받았다.     


공책 선물세트는 업체에 비닐 포장 요청 


  문구사 견적을 받은 뒤 포장지로 공책 선물세트를 포장해 주는 것까지 비용에 포함해 달라고 사장님께 부탁드렸다. 포장 없이 그냥 공책이랑 종합장만 받아서 학생들한테 나눠주려고 했으나 물건별로 받아 학생 1명당 한 세트씩 만드는 자체가 일이라 시간 제한상 어쩔 수 없이 포장을 업체에 부탁했다. 선물 포장이 필요 없는 적당한 가격대의 선물을 고르는 것도 방법일 것 같은데, 선물 포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포장을 해주는 온라인 업체를 찾으면 된다. 오프라인 업체에서 구입하면 품의할 때 견적서를 따로 첨부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추가되기 때문에 평소 학교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 입점한 업체 중에서 요구사항을 받아주는 업체를 찾아 주문하면 별도의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다.     


한 권은 온라인서점, 여러 권은 지역 서점  


  도서 구입의 경우  한 권으로 통일하여 선물하면 온라인 서점이 더 간편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도서를 구입하여 신입생들에게 선물하고, 그 책을 다시 모아 학급문고로 활용할 경우 그림책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동네 서점 이용도 추천한다. 전체 예산, 학생수만 전달하면 업체에서 1학년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책을 예산에 맞춰 적당한 도서 목록을 견적서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서점 사장님의 오랜 노하우를 그대로 학급문고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학년 선생님들이 별도로 요청한 책이 있는 경우 그 책을 포함시켜 달라고 부탁하면 학교에서 요청한 책과 업체 추천 도서가 어우러진 하이브리드 책 목록을 완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명찰은 일회용 비닐 명찰로 구입 


  1학년 입학식에서 배부한 명찰은 한 달 정도의 기대수명을 갖는다. 험하게 쓰는 학생의 경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름표 끈이 풀리거나 언제 잃어버렸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비닐로 된 명찰이 모두 쓰레기로 버려지는 게 아까워 회의나 박람회 때 사용하는 친환경 종이 명찰 제작 업체를 알아봤다. 철저히 지도하면 이름이 새겨지는 두꺼운 종이판 부분은 한 달 정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끈이 문제였다. 업체에서 명찰에 다는 끈도 종이 재질이다 보니 활동량이 많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사용하기에는 힘들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셨다. 어쩔 수 없이 기존에 구매하던 싸고 비교적 튼튼한 비닐 재질의 명찰을 구매하기로 타협했다.        


현수막은 연도 표기 없이 주문 후 시설 주무관님께 게시 요청  

  현수막은 1시간용 일회용품인 데다 재활용도 안 되는 폐기물이기 때문에 끝까지 사고 싶지 않은 물건이었다.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교육청이 밀고 있는 사업명이 담긴 입학식 현수막 시안을 보내 적극 게시하라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했다. 이번해 인쇄하는 현수막은 연도 표시를 하지 말고 수년간 쓰면 어떻겠냐고 교무부장님께 제안했다. 하지만 교무부장님께서는 시설 주무관님 의견을 전해주시며 현수막이 1년 지나면 낡아서 다시 쓰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다. 


  어쩔 수 없이 업체에 연도와 학교명이 적힌 시안을 요청했더니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라 학교 정문이랑 강당 현수막 사이즈를 알고 있었고, 올해 시안까지 이미 가지고 있어서 견적서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길거리를 걸으며 다른 학교 입학식 현수막을 보니 연도 표시가 없는 과거 현수막을 쓰는 학교도 있었는데, 유심히 보지 않으면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 원래 의견을 관철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현수막 주문을 마치면 시설 주무관님께 강당 무대장치 중 현수막 게시용 판을 내려 설치해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방송 장비를 다뤄 본 경험이 있어서 직접 스테이플러를 박을 수 있었지만 보다 빠르고 전문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분이 계시면 부탁해야 주어진 시간 내에 입학식 준비를 할 수 있다.   


  입학식장에 들어올 때 아주 잠깐의 교육청 행사 홍보 목적 이외에는 교육적으로 별 의미가 없고, 환경에도 해가 되는 현수막을 설치하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렇게 작년과 똑같이 새 현수막이 걸리고 말았다. 입학식 며칠 전에 업체에서 설치한 현수막은 입학식 후 누가 걷었는지도 모른 채 사라졌다. 입학식 행사에 사용한 강당용 현수막은 정리할 때 둘둘 말아 업사이클 가방을 만드는 업체에 의뢰해 장바구니, 에코백, 파우치 등으로 만들어 메고 다니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여름 방학 전에야 짬이 나서 업체에 문의했더니 소량 주문은 일단 기본적으로 5만 원 기본금에 추가로 개당 제작 가격이 발생해 오히려 현수막 제작 비용보다 비쌌다. 결국 만들기 시간에 현수막에서 필요한 부분을 가위로 잘라 사용하고 남은 현수막은 쓰레기로 버렸다.     

  

입학식장 장식은 여러 번 쓸 수 있는 사진부스나 재학생 작품으로 꾸미기


  입학식장 풍선 장식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미 입학식 장식으로 정해진 예산이 있었고, 업체에 전화해서 시안 받고 교감, 교장선생님 보여드리고 확인받으라는 교무부장님 얘기를 들은 상황이었다. 이미 에너지를 많이 소진한 상태에서 더 이상 고민하고 싶지 않았고, 지친 체력 때문에 다시 한 번 고무 쓰레기 더미를 만들고 말았다. 불과 한 달 전 졸업식 때 풍선 장식을 했던 업체에 전화해서 설치를 요청했다. 졸업식 때 사용한 풍선장식 풍선은 바람이 빠져서 입학식에는 사용할 수 없어 이중으로 쓰레기를 만들었지만 이미 계속된 전화와 진행 상황 확인으로 탈진한 상태라 어쩔 수 없었다고 위안했다.     


견적서는 업무 메일로, 배송 완료 사진 요청


  업체 견적서는 개인 메일로 받지 말고 업무 메일로 몰아 받아야 나중에 헷갈리지 않는다. 물건 도착예정일과 배송이 완료된 사진을 전송해 줄 것을 미리 업체에 알리면 서로 일하기 편리하다. 2월 전 직원 출근일 이외에 동학년 선생님들은 입학식 직전에 추가로 더 모여서 입학식 사전 준비 상태를 점검하는데, 모든 물품이 도착하고 난 이후에 만나야 온전한 사전 점검이 가능하다.      


취학 아동명부는 필터 기능 활용해 임시명부로 활용 

  학교 홈페이지에 반 배정 결과가 조회가능했지만 입학식 당일 안내판에 붙일 반별 학생 명단이 필요해 교무실무사님한테 파일을 받아서 세 부를 인쇄해 입학식장이 있는 별관 입구, 입학식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초입, 본관 기둥에 게시했으나 본관 기둥은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에 다시 강당 입구로 이동했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작성한 취학아동명부 엑셀 파일에서 우리 반 아이들 이름 옆에 '1'을 표시한 뒤 필터 기능으로 '1' 표시된 아이들만 모아 임시 학급 명부를 완성하면 개학 전에 긴급히 연락할 필요가 있을 때 전화하기 좋으니 상세 개인 정보를 취합하기 전에 임시 명부로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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