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을 체험하는 시간
출석 번호대로 2줄로 선 다음 짝을 지어 서로 마주 보고 먹는 친구 얼굴을 외운 상태로 급식실로 가는 게 1학년 급식 지도의 시작이다. 건너편에 다른 친구가 앉을 경우 바로 확인이 되기 때문에 자체 점검 기능이 있어 어느샌가 순서가 바뀌어 있는 저학년 특유의 어수선함을 예방할 수 있다. 배식구에 다다르기 전까지 앞 뒤에 서 있는 친구 몸에 손을 대거나, 벽을 괜히 발로 차고, 괴성을 지르는 아이가 있으므로 가까이 있을 때 다툼이 생기는 조합을 관찰해 다음 좌석 배치에 반영하도록 한다. 줄 선 상태에서 할 일도 미리 알려주면 좋은데, 먼저 받아오는 다른 반 아이들 식판을 보고 무엇을 적게 먹을지 고르라고 하면 잔반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앞 친구가 숟가락과 젓가락을 다 받고 배식구 쪽으로 걸어 나가고 나서 수저통에서 수저를 골라야 한다고 안내한다. 배식구를 지나면서 먹기 싫은 음식은 받지 않도록 식판을 빼거나 배식원 선생님들께 분명히 의사표시하도록 지도한다. 학교에서의 한 끼만으로 편식 습관을 고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많이 남겨서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기보다는 먹고 싶은 음식만 받아서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게 급식 시간의 목표라고 주기적으로 상기시켜 준다. 주기적으로 강조하지 않으면 어느샌가 국물칸에 잔반을 아무렇지 않게 밀어 넣고, 퇴식구로 가는 아이들이 생기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식판 애매한 곳을 잡아서 불안하게 이동하는 학생이 있을 경우 식판의 양쪽 중심을 잡아서 쥐도록 알려주어야 배식구에서 좌석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착석 후에는 말하지 않고,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먹어야 급식판이 엎어지거나 다툼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식탁 의자에서 앉은채로 점프하거나 식탁 기둥이나 바닥을 구르는 아이도 있을 것이므로 시선은 내 식판을 보더라도 귀는 항상 열어두어야 한다.
음료 뚜껑이 잘 안 열리거나 퍼먹는 요구르트 껍질이 잘 안 벗겨질 경우 따 달라고 가져오는 학생이 학기초에 많다. 일단 친구에게 부탁하고, 그래도 안되면 다시 오라고 안내한다. 바로 부탁을 듣고 열어주면 그때부터 재미 삼아 줄줄이 따라와 남은 급식시간에 더이상 따뜻한 국물은 먹을 수 없다. 학생을 옆에 세워놓고 똑같이 따라 하도록 알려주면 되는데, 처음에는 다소 귀찮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일을 줄일 수 있다. 1학년 아이들은 스스로 끝까지 해보기도 전에 일단 안되면 담임에게 쪼르르 가지고 오는 경향이 있다. 몇 번만 거절하고 대안을 제시하면 그다음부터는 자생력이 생겨 스스로 해결하거나 알아서 친구에게 도움을 청한다.
물도 식사 중에 마시지 않는 것이 기본임을 알려준다. 음수대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면 바로 제자리로 돌아오라고도 지도해야 한다. 서로 물 마시는 모습만 보고도 흥겨워하는 아이들은 물 마시러 갔다가 물장난 하느라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 사전 지도가 필요하다. 개인 물통은 애초에 급식실로 들고 가지 않는 연습을 한다. 처음에는 작은 반발이 있지만 익숙해지면 다 적응하고, 필요한 경우만 급식실 음수대에서 물을 마시면 된다.
식사 후 운동장에서 놀라고 하면 급하게 식사한 뒤 빨리 나가려다가 좁은 급식실에서 다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일단 3월 한 달 정도는 잔반 버리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도록 지도한다. 잔반을 버리러 갈 때는 국물 쪽으로 잔반을 모으고, 플라스틱이나 비닐처럼 별도 분리해야 하는 쓰레기가 있으면 따로 버리도록 지도한다. 국물 칸에 우유나 액체류를 짜서 버리는 학생들도 있는데, 액체류를 넣을 경우 국물이 넘쳐흐를 수 있으므로 먹지 않으면 처음부터 받지 말도록 안내한다. 우유갑(주스갑)을 접을 때는 액체가 흘러나오는 부분을 국물칸 쪽으로 향한 상태에서 양쪽을 눌러 구겨야 우유가 공중으로 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아이들 식사 속도도 확실히 알고 급식실에서 교실까지의 동선도 확실해졌기 때문에 식사 마치고 바로 교실로 이동해 4교시인 날은 귀가 준비를 하고, 5교시인 날은 운동장에서 놀고 싶은 학생은 신발을 갈아 신고 놀도록 안내한다. 이미 급식실 환경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식사 후 할 일이 없으면 급식실을 놀이터 삼아 뛰기 시작한다. 학생들이 급식실 환경에 익숙해지면 식사가 끝나는 대로 밖으로 이동하도록 안내해야 오히려 안전하다. 식사 끝나면 바로 귀가나 놀이시간이라는 유인이 있어야 식사 속도도 어느 정도 빨라진다.
한 달마다 급식실 좌석 배정을 달리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식사 속도가 늦은 학생들은 제일 먼저 배식받을 수 있도록 앞자리에 우선 배치하는 게 좋다. 나머지 자리는 무작위로 학생을 선출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배정하되 근처에 있으면 서로에게 방해가 되는 학생들은 떨어지도록 배치해야 별일 없는 점심시간을 맞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