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부장 Sep 29. 2024

연구실(feat. 회의)

교구는 충분히 회의는 적절히 

 



연구실 정리 

  연구실 교구 정리를 해 놓아야 교구 재고를 정확하게 알 수 있고 필요한 차시에 활용할 수 있다. 보관장 밖에서 장마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열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도록 목록을 적어두면 필요한 교구를 찾아 모든 서랍장 문을 여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공유 문서에 서랍장별로 들어 있는 교구를 정리해 놓거나, 긴 포스트잇에 교구를 써 놓고 서랍장 문에 붙여 놓으면 교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서랍장 정리를 하다 보면 몇 년째 쓰이지 않아 유물처럼 남아 있거나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랜덤박스가 꼭 있다. 1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교구라면 과감히 아이들에게 나눠주거나 처분하는 편이 낫다.      


  서랍장은 크게 수학, 놀이(체육), 만들기(미술)의 세 가지 분류 정도면 적당하다. 서랍장 안에 과목 구분 없이 교구가 여기저기 들어 있으면 연구실에 있는 교구를 다른 실에서 찾거나, 교구가 필요한 수업을 할 때마다 연구실 서랍장 전체를 찾아 헤매는 일이 발생한다.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일단 과목별 분류부터라도 차근차근하기를 추천하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 기준으로 근무중인 학교 연구실도 이렇게 정리를 못했다. 학년을 위해서는 이 글 쓰기를 멈추고, 학년 연구실부터 정리해야 하지만 글 쓰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필요한 교구를 찾아 매번 서랍장 문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고 있다.  


  연구실 복사기 근처에는 A4 용지 박스가 넉넉히 준비되어 있으면 좋다. A4용지 박스를 두르고 있는 노끈이 제거된 상태로 있어야 복사기 용지함 부족이라는 메시지가 뜨면 허둥대지 않고 바로 꺼내쓸 수 있다. 교실에서 인쇄 버튼을 눌러놓고 연구실 복사기 트레이에서 바로 꺼내 쓰는 경우가 많은데, 종이가 없어 복사기가 눈치 없이 쉬고 있을 때 노끈까지 제거하고 용지 보충하면 아이들만 있는 교실 걱정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십상이다. 


  연구실 전기 콘센트 수보다 연결된 전자제품 수가 많아서 멀티탭에 문어발식으로 연결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두꺼비집 기능이 내장된 멀티탭을 구입한 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전자제품이 한 멀티탭에 몰리지 않도록 배치하면 퇴근할 때 화재 걱정 없이 퇴근할 수 있다. 여러 전자제품에 연결된 선을 분류할 때 플러그 근처 피복에 네임펜으로 해당 기기 이름을 적어 두면 나중에 정리할 때도 편리하다. 추가로 연구실로 배달되는 택배상자 테이프, 학기초 교과서 노끈 제거용 작업용 커터칼이 있으면 좋고, 서명용 펜, 코팅 목장갑도 있으면 유용하다.

  

학년 회의

  입학식 전 사전 회의에서는 입학식 당일 동선, 준비물, 학년 선생님들 성향 파악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학기가 시작된 후에는 수업시작 전 연구실에서 커피 한 잔 타면서 수업자료를 공유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의례적인 회의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했다. 안건 없는 회의는 개최하지 않았다. 문제가 생겨 학년 선생님들의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을 경우에만 모였고, 그 이외의 정기 회의는 하지 않다 보니 학년 선생님 모두가 참여하는 회의는 사라지고, 상황과 필요에 따라 일부만 모였다.     


  회의를 최소화 한 이유는 수업이 끝난 후 전력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2시 30분부터 육아시간을 쓰고 퇴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봐야 하는 식구가 생기면서 가정생활을 위한 시간이 증가했고, 조직에서 제공하는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직장에서 1분도 허투루 쓸 수는 없었다.     


  바쁘다고 내색은 안 하시지만 동학년 선생님들도 병원치료, 육아시간, 가족 돌봄, 담당 업무로 바쁘신데 안건 없는 회의로 선생님들의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었다. 물론 학년 친목도 도모하고, 맛있는 것도 자주 먹고, 시시껄렁한 얘기도 하면 즐거워하실 선생님들이시겠지만 서로 주파수가 통하는 분들은 부장이 만나지 말라고 해도 알아서 소모임을 가지리라 믿었다.     


  어쩔 수 없이 회의를 해야 한다면 사전에 미리 공지된 회의만 진행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전 주에 알리고 직전에 다시 한번 알려 회의를 위한 시간을 빼놓을 것을 부탁드렸다. 그래야 빠지는 구성원 없이 회의 안건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받을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