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아는 사람들

by 오자유

이름을 아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우리 엄마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작은 들풀과 들꽃의 이름을 안다.

수민언니는 한 깃도 달라 보이지 않는 새들의 이름을 지저귐만으로 구분하여 불러준다


여수에 왔다고 신나서 커피를 마셔댄 덕에 오전 네시의 하늘을 보았다.

서울보다 많은 별이 떠있는 것이 참이지 반가워서

고기잡이 둥둥배 소리만 들리는 어둠 속에서

나는 별의 이름과 그림을 익혔다.


동절마다 유일하게 알아보는 오리온자리, 그 아랜 토끼자리였구나. 좀 더 어두웠으면 두 귀까지 잘 보였을 텐데

그 왼쪽의 밝은 별은 시리우스. 시리우스는 큰 개자리.

다음으로 밝은 별은 작은 개자리.


두 점을 찍ㅡ 그어놓은 게 어째서 작은개냔말이야? 의문이다가,

아, 어미개 옆에는 마땅히 제 새끼가 붙어있지.


젊은 문인들이 ‘이름 모를 꽃‘이라는 표현을 쓰면 박완서는 ‘작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라며 게으르다 질책했단다. 들은 이후 쭉 좋아하는 이야기다.

그토록 작고 바삐 지나가는 것들의 이름을 외는 것은 부지런한 대접이다.


진규오빠가 수민언니를 만나 새의 이름을 부르고

아빠가 엄마를 만나 나무의 이름을 죄 외고 다니는 것이 보기에 참 예뻤다.

나도 별의 이름들을 잘 기억해 두었다 다음에 같이 밤하늘을 올려다볼 사람에게 말해주어야지.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 내게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