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문장 #1116

습관은 씨앗이 가득 뿌려진 정원과 같다. 어떤 씨앗은 꽃이 되고, 어떤

by 미스터Bit

올해 마지막 휴가를 냈다. 이렇게 등 떠밀려 쓰려던 건 아닌데, 중간에 새로 온 이방인에게는 휴가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고, 다른 동료들이 피해받지 않도록 적당히 휴가를 소진하게 됐다.

특별한 휴가 계획은 애초부터 없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주위 다수의 동료가 정의한 특별한 계획이 없는 것이다. 3달간의 관찰에 따르면 다수가 정의하는 특별한 휴가 계획에는 최소 3가지 필요조건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항공권 티켓팅, 휴양지 리조트 그리고 수영장.

동남아 살이 경험 덕분인지 지금의 나에게 이런 필요조건들이 그다지 매력적이거나 특별하게 각인되지는 않는다. 반면에 최근에 들었던 가장 설렜던 휴가 계획은 새벽 어둠을 뚫고 강릉까지 드라이브를 한 후에, 초당 순두부로 아침을 후딱 먹고 점심쯤 집에 티 안 나게 귀가하고 싶다던 친한 형의 소박한 일탈 계획이었다.

사실 나에게도 근사한 휴가 계획이 있다. 그동안 읽고 싶었던 꽤 두꺼운 일론 머스크 자서전 책을 도서관에서 은밀히 빌려놨고, 휴가 기간에 마지막 장까지 덮을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공감을 받기는 조금 어려울 테지만, 이틀에 7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완독 하겠다는 계획은 사실 굉장히 도전적이면서도 특별하다. 그것도 많은 이들이 꼭 봐야 한다는 일론 머스크 자서전이기에 특별함이 배가된다. 나의 거창한 휴가 계획을 들은 나의 팀원들은 이번에도 역시 멘트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직은 일 년에 몇백 권씩 다독을 하는 독서광의 경지는 아니지만 독서를 습관화한 예비 독서광쯤은 자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습관이 되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고, 나는 습관의 힘이 세다는 것을 누구보다 믿는다. 보이지는 않지만 습관은 씨앗이 가득 뿌려진 정원이며, 어떤 씨앗은 꽃이 되고, 어떤 씨앗은 잡초가 된다.

비행기를 타고 휴양지 리조트 수영장에 가지 않아도, 소주 한잔에 밤새 인생에 대해 술주정할 친구 몇 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삶이라는 정원이 꽃이 될 씨앗이 가득 뿌려져 있는 것처럼 특별하고 또 감사하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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