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국인 Aug 02. 2023

미모 안 가고 집에 갈 거야

230801 슈아가 태어난 지 662일

부쩍 말이 늘어난 우리 딸. 예전에도 단어로 의사표현을 곧잘 했는데, 요즘에는 문장으로 말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평소처럼 아침에 엄마를 출근시켜 주고 엄마 직장에 있는 이모들과 살짝 놀다가 어린이집 등원할 시간이 되어 아빠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갑자기 '미모* 안 가고, 집에 갈 거야'라고 하는 게 아닌가.

* 미모는 슈아가 어린이집을 부르는 애칭이다.


'집에 집에'라고 하면서 어린이집 가고 싶지 않다는 표현은 종종 했는데, 문장으로 이렇게 또박또박 말한 건 처음이라 그 얘길 들은 순간에는 당황해서 몇 초 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뒤늦게서야 여러 이유를 설명해 주면서 가야 한다고 말하고(물론 1도 이해하려는 눈치는 없었지만),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며 겨우 등원은 시켰다.


말도 못 하던 시절에는 의사소통이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적어도 뭘 원하는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렇게 점점 말이 늘어가니까 그건 또 나름의 고충이 있더라. 역시 육아는 쉬워지는 건 없이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릴 뿐이다.


그래도 더듬더듬 한 단어씩 말해가며 문장으로 자기 의사를 전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이 아이도 나와 교감하고 싶어 한다는 걸 느끼게 되면서 괜히 뭉클해진다. 그리고 그만큼 나도 이 아이에게 전하는 말을 한 문장, 한 문장 소중하게 여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렵게 전한 문장인데 내가 그걸 너무 가벼이 여기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는가.


아직은 자기의 의사만 일방적으로 전하는 경우가 많지만, 멀지 않은 날에 소소한 담소를 나누며 소통하길 꿈꿔본다.


슈아야 그래도 어린이집은 가야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