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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혁건 Jan 22. 2017

제3장 아버지가 전하는 아들 이야기

내 아들의 행복

“아버지! 대상이에요! 뮤직 페스티벌 대상!”

…     

아들놈이 밤마다 늦게 들어오기에 뭘 하나 했더니 노래대회에 나갔나보다. 


잘했다 잘했어! 축하해! 


박수를 치며 행복해하는 애들 엄마를 보면서 나도 웃으며 축하한다고 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무뚝뚝한 입은 “그랬냐?” 하더니 닫혀버렸다. 

그리고는 안부를 묻는 척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이 대상을 탔는데 뭐 자기가 알아서하겠지.” 하며 은근슬쩍 자랑을 했다. 

며칠을 웃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5년 만에 얻은 막둥이는 어릴 때부터 끼가 많아 사람들 앞에서 춤도 잘 추고 노래도 곧잘 불렀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던지 만약에 내가 감정표현을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예쁘다’를 입에 달고 다녔을 정도였다. 


이 ‘막내바보’ 아빠는 시험성적이 잘 안 나와 화가 났는데도 배시시하며 웃는 막내의 모습에 덩달아 웃어버리고, 아들이 친구들과 놀다 집에 늦게 들어와도 “들어왔으면 됐다.” 하며 방문을 닫곤 했었다. 

보컬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하면, “그래라.” 성악레슨을 받는다고 하면, 주머니에서 레슨비를 꺼냈다. 


사실 첫째를 키울 때만 해도 나는 고집불통 아빠였다. 

큰 아들은 무조건 법대에 가야한다며 혼자 결정하고는, 성악을 하고 싶어 하던 아들을 붙잡고 공부만 시켰다. 

자고로 남자라면 사회에서 지위가 있어야 하고, 그 명예로 살아야 한다! 

욕심인 줄도 모르고 아들의 꿈을 책상 위에서만 펼치게 했다. 


지금도 미안해하는 날 보며 이 순둥이 큰 아들은 마음 쓰시지 말라며 내 덕분에 편히 살고 있다고 말해준다. 

이 아비의 설익은 바램을 달성해주고, 지금은 너그러이 이해까지 해주는 아들의 고마운 마음에 더 미안해진다. 

첫째가 힘들었다는 걸 알았기에 막내는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가수가 되겠다고 하니 불안한 마음에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연예계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는데, 혹시나 어린 아들이 상처라도 받으면 어떡하나. 

근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놈은 작업실에 틀어박혀 집에도 잘 안 들어오고, 집에 와서도 온 종일 방에 틀어박혀 노래만 불렀었다. 


그렇게 쉬지도 않고 노래를 하더니 결국 성대 결절로 수술까지 했다. 

… 노래가 그렇게나 좋을까.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거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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