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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아리코테지 Jun 14. 2019

•지하철의 숨막힘은 몇살이 되어야 끝나는 걸까•

아침 출근길.

잠들기 전 손을 뻗으면 닿을 지점에 꼭 두어야 불안한 마음을 조금은 거두고 잠들수 있던것들.

인공눈물액.

그리고 충전기와 연결이된 스마트폰.


지구 반대편에서 일하는 나의 바이어들의 이메일은 주로 내가 잠자기 전 밤 11시 혹은 새벽 1시 사이에

들어온다. 그래서 정시에 업무가 끝나건 야근을 하고 집에오건 아침에 시작된 일은 잠들기 까지 계속

날 따라다니는 기분이었다. 스마트폰 터치 한번으로 메일은 바로 열어볼수 있는 세상이고.

아주 급한 상황이면 회사에서 밤에도 메세지가 오거나 전화가 오곤 했다.


어찌보면 매우 몰상식한 상황이지만 나도 한살 한살 나이를 먹고 관리자의 입장이 되어 보니 그시각에 나에게 전화 하는 상사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했다.

책임이라는 무게가 만들어낸 뭐라고 불만만 토로 할수 없는 그런 상황.

사실 그시각에 연락을 해서 해결될 일은 몇시간 후인 아침에 처리를 해도 지구가 멸망을 하거나 회사가 없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그렇게 얘기 하기 보다는 그냥 상대방도 나처럼 압박이나 조급함이 있어서 겠지.


하며 그사람을 위로 하고 나를 위로했다.



일 못하는 사람이 꼭 집까지 일을 끌고 들어온다고 하지만. 그날 업무의 사건 사고라도 있었던 날이면

그에 관련된 메일을 보내고 지구 반대편에서 어떤 반응의 회신이 들어올지 하루종일 촉각이 곤두

서있곤 했는데

제발 빨간 글씨의 큰 폰트와 느낌표 여러개가 달린 최악의 회신만은 들어와 있지 않길 바라는 날도 있었고.

내가 생각했던 우려와 당장 내일 죽을거 같은 걱정을 비웃기나 하듯

'그정도 문제는 괜찮아 다음엔 주의 바래' 란 답장을 받기도 했다.

그런 답장을 확인한 밤이면 돼지가 싼똥에 주저 앉는 길몽을 이미 꾼거 같은 보너스같은 기분으로 잠이 들곤 했던 날들.


어차피 다음날 확인해도 되는 몇몇 답장들을 집착증 환자처럼 침대에서 까지 휴대폰의 불을 밝히며

확인 해야 마음이 놓였던 원인은 강박 같은거였다.


그렇게 몇시간 잠을 청하고 나면 어김없이 오는 새벽. 그리고 생기 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얼굴로

세수를 하며 거울앞에서 혼자 중얼 거렸다.


며칠 지나 일이 해결 되면 얼굴이 좀 나아 질거야.


그러기를 어언...몇년.

나아 진거라고는 그 상황들을 버틸수 있게 감정을 억제 하는 방법과 감정을 무감각 하게 흘리는것.

그리고 출근 하는 비좁은 지하철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일만한 공간이 어느지점인지 찾아내는 능력.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중 곧 내릴거 같은 사람을 알아내는 눈썰미. 혹은 알아맞추는것.

내리는 출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사이사이를 빠져나가 개찰구에서 가장먼저 카드를 찍는 스피드.


뭐 이런 스킬들은 참 많이 늘었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다 보면 나같은 낮빛보다 더 최악인 사람들을 볼때도 있다.

물론 짙은 향수 냄새와 오랜 시간 고민 하고 고른것 같은 번지르르한 의상을 입고 있는 사람도 있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들였을땐 나도 그랬었다.

같은 옷 입고 출근 하면 그것만큼 굴욕 같은

일이 없었고 마스카라 라도 빼먹은 날은 거래처 미팅도 하기 꺼려졌고 의류 부자재 심부름을 하느라

몇시간의 자재 시장을 돌아다녀야 하는 날에도 꼭 힐신는걸 잊지 않았다.


에너지가 많아서 였겠지.



그때는 내 옷차림 살피기 바빠 남들은 별로 쳐다봐 지지도 않았는데 요새는 지쳐보이는 사람들이나

아파 보이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간다.

멀쩡히 서있다가 그자리에 주저 앉거나 식은땀을 흘리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젊은 사람들을 꽤나 자주 출근길에 목격 할때가 있다.

남일 같지도 않고 한편으로는 서글퍼 지기도 했다. 먹고 사는일은 누구나가 필수불가결로 해야 하지만

그 삶이 좀더 유연하고 매일 기쁨에 환호를 지를 정도는 아니라도 평안한 날들이면 좋겠다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광경들 이었다.

출근 시간에 빡빡한 지하철에서 몸이 불편해 오는건 심리적으로도 굉장히 불안하고 불편할 것인데

그런 마음을 느낄 새도 없이 당장 힘들거나 어디가 불편해서 주저 앉아 버리는 거겠지..



출근길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모습이 한번도 괜찮아 보인적이 없던거 같다.

피곤에 쩔어 있거나 그래서 화장이 들떠 있거나 마치 퇴근할때나 봄직한 힘든 모습들이 대부분의 날들을 차지 했다.

저녁때 만나자는 친구에게는 바쁘니 다음에 보자는 회신을 몇번째 보내는건지 기억도 안났고

여유와 미소를 찾는것 조차도 거추장 스러웠다.


내가 어쩌다 이런 로봇이 되었을까.

그리고 이 숨막히는 지하철 출근 전쟁은 몇살까지 계속 될까.

매일 마주하는 아침의 지하철 풍경은 생기 없는 회색빛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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