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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아리코테지 Jul 09. 2019

•삶의 균형• .

필요한 걸 알지만 지켜내기 어려운 것

매일 같이 밥 먹듯 야근을 하다 보면 문득 다른 직업에 대해 궁금해질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하루에 얼마의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쓰며 사는가에 대해서.

이 부분을 생각하다 보면 늘 균형이라는 말로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탈이 없다는 누구나 알 법하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당연한 결론 말이다.


내 생활의 그 균형이라는 건 이미 깨진 지 오래였고 어느 쪽으로 치우쳐 문제가 되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지만

애써 모르고 싶기도 했고 깨진 Balance를 어떻게 맞추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뾰족한 아이디어가 없었다.

그저 어제 보다 덜 피로한 오늘이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었고 오늘 보단 내일 덜 바빴으면 하는 바람이 다였다.


주말엔 일 때문에 못해온 마음속 욕구들을 풀어내느라 무엇에 쫓기듯 의무감처럼 취미 활동을 찾아 부지런히 쫓아다녀도 보고 읽을 여유도 없으면서 열심히 사들여 읽어주기를 기다리며 줄 서있는 책도 읽고 싶었고 좋아하는 바지의 지퍼가 고장 난 걸 진즉에 알았음에도 마음속의 짐으로 자리만 잡고 있는 옷들도 모아 수선을 맡기는.. 이런 사소한 것이 생활 속에 쌓여 날 더 우울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게 뭐라고....

그래 맞다. 그게 뭐라고..

일상의 압박이 사소 한 것 하나 해결하는걸 가로막는 일이 그리고 포기하게 만드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문제는 시간이 주어져도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내 마음속 여유가 없는 게 문제였다.



매일 같이 절어있는 일상이지만 가끔 나도 꾸미고 가꾸는 걸 좋아함을 잊지 않기 위해 예쁜 옷도 사야 했고 (이런 마음으로 옷을 사면 굉장히 충동적인 구매로 이어지곤 했다) 만나서 하는 얘기라곤 맨날 똑같은 시시껄렁한 얘기와 뻔하디 뻔한 근황들이지만 친한 친구들의 얼굴을 마주해야 작은 위안이라도 됐다.

그나마 없는 여유 속에 나도 인간답게 살고 있다고 확인하는 체크리스트의 항목처럼.


야근하다 말고 멍하니 다른 생각을 하다가 아차 하며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가 다 되어 간다.

내일 출장에 가져갈 자료들을 다 못 챙겼는데 이런..

개인 짐을 챙기는 건 이제 십 분도 채 안 걸리게 쌀 수 있었지만 업무 자료는 꼼꼼히  챙겨야 하니

마음속 불만과 자책은 잠시 미뤄둬야 했다.


집으로 돌아가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에 짐을 싸며 약부터 챙겨 넣었다. 몇 주 전부터 피부 여기저기가 가려워 회사 근처 피부과에서 처방받은 약이 있었는데 이것도 잊어버리고 드문드문 복용해 그런 건지 피부염이 쉬 낫질 않았다.

특히 발등 부위는 피가 날 정도로 긁어 아물고 덧나 기기 반복된 상태라 좀 더 큰 병원에 가야 할 거 같은 상태였지만 당장 죽고 사는 병이 아닌 거 같아 우선 출장 뒤로 미뤄둔 상태였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희한하게도 가려움이 심해졌는데 그래야만 병원에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겨 또 미뤄두고 있었는데 출장에서 돌아오면 좀 큰 병원의 피부과를 가야 할거 같아 식탁에 메모를 적어두고 새벽 공항버스를 타러 집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엄마 병원 예약 좀 해놔 주세요. 그때 문제 있던 피부질환이 오래가서 좀 정밀하게 검사받아 보려고요.

주무시길래 그냥 나가요. 이번엔 일주일 있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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