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레인보우 버블젬>
이 글은 매우 주관적인 경험담을 담은 것입니다.
상황마다 매우 다르니, 지나가는 참고와 재미로 보시기를 많이많이 권장합니다.
◆ 캐릭터 잡지로 시작한 작품
필자는 2023년 중반쯤에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를 했습니다.
나름의 여러 사정이 있어서 퇴사하기는 했지만, 재취업을 바로 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백수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가 당면 과제였습니다.
그 시간에서 선택한 일과 중 하나가 바로 2021년생 딸아이인 조카와 함께 국산 여아용 애니메이션 <레인보우 버블젬>을 감상하는 일이었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애니메이션 11분짜리 본편이나 노래 영상을 본 건 아니었습니다.
저는 좀 엉뚱한 방법으로 이 작품을 가져왔습니다.
바로 책장에서 <레인보우 버블젬>의 포스터가 표지로 붙은 캐릭터 전문 잡지를 꺼낸 것입니다.
본업 때문에 종종 구해서 읽던 잡지였던 '아이러브캐릭터'는 캐릭터 산업 및 기업 전용 잡지입니다.
마침 외부 행사에서 구해온 2023년 10월호에는 8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레인보우 버블젬>이 표지로 붙어 있었습니다.
이에 조카에게 마치 동화책 읽어주듯이 잡지를 펼치며, 표지의 포스터와 보도자료 그림에 캐릭터 소개를 즐겼습니다.
TV 또는 핸드폰과 태블릿 이전에 잡지로, 그것도 어른들의 회사 일 전문에 가까운 잡지로 여아용 애니메이션을 소개해준, 나름 특이한 경우였습니다.
덕분에 아마 캐릭터 전문 잡지로 두 살짜리 아이와 놀아주는 사람은 국내에 몇 명 없었을 것이라고, 저 스스로 농담을 하곤 합니다.
◆ 조카의 시간
2021년생인 저희 조카는 옆 동네에 거주하는 남동생 부부의 딸이었습니다.
거기에 2023년부터 막 어린이집을 다니며 사회생활을 배우기 시작하는 평범한 아이이기도 했습니다.
어린이집 위치 때문에 저희 어머니, 즉 할머니 손에서 아이가 한창 밥 먹고 크고 있었습니다.
그런 조카에게 필자는, 결혼도 안 하고 수시로 야근과 출장으로 살던 사무직 큰아빠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자리에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시간이 남아도는 백수가 되면서 조카와 어울리는 시간이 좀 더 생겼습니다.
아이는 마냥 혼자 놀지 않고, 방에서 게으름 피우고 있는 있는 큰아빠한테 놀아달라고 했습니다.
대개의 아이들은 놀이에 있어서는 무한동력의 아크 원자로가 장착되어서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합니다.
그에 비하면 저는 겨우 건전지 몇 개로 간신히 버티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잘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아이와 뭐 하고 놀아줄 수 있을지를 궁리하면서 책장과 소지품을 살피고, 밖에 나갈 때 틈틈히 아이템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큰아빠가 30년 넘게 만화/애니/책/영화/완구/게임을 비롯하여 별의별 콘텐츠를 덕질하던 '잡덕'이라는 사실을 어린 조카가 알 턱은 없었을 겁니다.
아무튼 그 '잡덕'의 경험에서 '캐치'하여 가져온 작품 중 하나가 <레인보우 버블젬>이었습니다.
◆ 새로운 일상이 된 <레인보우 버블젬>
<레인보우 버블젬>은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캠프아이어애니웍스'에서 만든 여아용 3D 애니메이션입니다.
바닷속에 살던 일곱 인어공주들이 육지에서 학교 생활을 하면서 우정을 나누고, 사악한 마녀의 음모에 맞서 변신과 마법을 발휘하는 판타지 어드벤처를 그립니다.
이런 <레인보우 버블젬>을 조카와 함께 할 아이템으로 가져온 이유 중 하나는 '신작'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조카도 이미 그 유명한 <뽀로로>, <핑크퐁>, <아기상어> 같은 작품들의 영상과 장난감을 많이 즐기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대신 유아의 건강을 위해 영상을 보여주는 것은 자제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한번도 보지 못한 신작이라면 아이의 시선을 잡아두기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레인보우 버블젬>은 <뽀로로>와 <핑크퐁>보다 조금 높은 연령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어서, 캐릭터들의 매력 종류도 달랐습니다.
주인공 소녀 '퍼플 스타'만 해도 뽈뽈거리며 걷는 펭귄 '뽀로로'보다 살짝 키가 크고 힘차게 뛰어다니는 여학생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선 2023년 당시에도 대유행 중이던 여아용 애니 <티니핑>과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시리즈를 이미 많이 선보인 <티니핑>은 캐릭터 수가 굉장히 많고 캐릭터들의 키도 큰 편이었습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해서 조카의 시선을 잡아둘 목적으로 <레인보우 버블젬>을 선보였고, 쏠쏠한 재미를 보았습니다.
캐릭터들을 보여주면 아이가 10분 이상 얌전히 앉아 있었으니 말입니다.
<레인보우 버블젬>은 그렇게 저의 저질 체력을 조절해서 놀아줄 수 있는 아이템이자 일상이 되어 주었습니다.
◆ <레인보우 버블젬>의 새로운 모험을 기대하며
<레인보우 버블젬>은 인어공주 주인공들이라는 판타지, 학교라는 일상, 블롭이라는 괴물들과 마녀에 맞서는 액션이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이제 막 친구들과 어린이집과 놀이터에서 노는 조카에겐 처음 보는 신기한 세계관이었을 것입니다.
필자가 보여주던 잡지에서 나중에는 유튜브와 OTT에 올라온 노래 영상, 애니메이션 본편에 뮤지컬 영상까지도 함께 즐기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다이소에서 구매한 요술봉을 휘두르며, 인어공주들의 마법과 액션을 따라하는 놀이를 수시로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덕후들의 용어를 쓰자면 아이에게 '영업'을 하게 된, 인상 깊은 여아용 애니가 <레인보우 버블젬>입니다.
그런 <레인보우 버블젬>은 사악한 마녀에 맞서 친구들의 우정을 모아 승리하고, 다음 이야기를 기약합니다.
조카가 계속 자라면서 새로운 걸 배우고 접하는 사이, <레인보우 버블젬>도 새로운 모험으로 돌아오기를 함께 기대해봅니다.
<2화. 레인보우 버블젬 – 신세대 인어공주 입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