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는 나, 시대와 비켜서다

1장

by 윤슬

1. 철학하는 나, 시대와 비켜서다


요즘 나는 자주 혼자라는 느낌을 받는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나는 조금 느리게 반응하고, 조금 오래 생각한다. 모두가 앞을 향해 달릴 때, 나는 자꾸만 옆을 바라본다. AI, 드론, 로봇, 자동화 시스템. 세상은 점점 더 정밀해지고, 인간은 점점 더 효율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나는 그 정밀함과 효율의 흐름 속에 나를 놓지 않기 위해 저항한다. 나의 저항은 거창하지 않다. 다만,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이 선택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이 법조문은 어떤 인간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가? 이런 질문은 실용적이지 않다. 하지만 나에겐 그런 질문들이 삶을 지탱하는 축이다. 시대는 실용을 말하지만, 나는 의미를 묻는다. 철학적 사유란 결국, '왜'를 포기하지 않는 용기이자,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다.


법학을 공부하며 느낀 건, 법이란 결국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다. 조문은 체계적이고, 판례는 논리적이지만, 그 아래엔 늘 어떤 인간의 고통, 실수, 선택이 있다. 그래서 나는 법을 공부하면서도 인간을 보려 한다. 어떤 판결에는 말 못 할 분노가, 어떤 규정에는 오랜 상처가 깃들어 있다. 나는 그런 흔적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철학하는 법학도란 결국, 규범 너머의 인간을 찾는 사람이다.


내가 이렇게 사유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정보로 환원되지 않는 감정,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삶의 결을 느끼는 존재. 내가 아무리 강한 몸을 만들어도, 깊은 지식을 쌓아도, 결국 나를 구성하는 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끊임없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대답이 없기에 더 소중하다. 나는 매일 그 질문 곁에서 살아간다.


철학하는 나는 시대와 나란히 걷지 못한다. 때로는 비켜서 있고, 때로는 뒷걸음치며, 때로는 멈춰 선다. 하지만 그 비켜섬이 나를 자유롭게 만든다. 달리는 세상에서 홀로 걷는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지만, 동시에 가장 인간다운 선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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