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향수 ② Eau Rose

딥티크 오 로즈 오 드 퍼퓸

by Pink Brown

어릴 적에는 여러 가지 가벼운 꽃 향을 즐겨 사용했다. 작고 가벼운 꽃향기. 제라늄, 프리지어, 정원에서 나는 꽃내음, 화원에 들어서면 나는 향기 같은 것들이 좋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장미향이 좋아진다. 어드 덧, 화장대 위에 진열되어 있는 향수는 대부분이 장미향이거나, 장미향이 들어가 있다. 아직 너무 묵직하거나 화려한 향은 입기 어렵지만, 장미향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향이니만큼 종류와 variaion이 무궁무진하다. 그중에서 계절에 관계없이 사시사철 사용하는 향수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딥티크는 지금은 많이 유명해졌지만, 내가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니치 중의 니치 향수였다. 여배우 향수로 유명한 도손이 유명해지면서 지금의 대중성을 얻게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국내에 매장이 별로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시향을 하게 되었고, 그중에서 가장 먼저 구입했던 향수가 오 로즈 오 드 뚜왈렛이었다. 어느새 향의 지속력에 이끌려 오 드 퍼퓸으로 사게 되었고, 지금까지 계속 사용하고 있다. (오 드 뚜왈렛과 오 드 퍼퓸은 지속력에서의 구분이지만, 같은 이름의 향수라도 향이 조금씩 다르다.) 부드러운 장미향으로 첫 향이 강하지 않지만, 그렇게 잔잔한 장미향이 끝까지 오래 유지된다. 향이 강해서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뿜어져 나오는 향수는 좋아하지 않아서 나는 가급적 아주 가까이 오는 사람만 맡을 수 있는, 결국 나만 맡을 수 있는 정도의 향을 좋아한다. 그래서 옷 안쪽에 뿌린다. 그럼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향이 배어져 나온다. 그 살짝살짝 나는 향기의 흐름이 나는 참 좋다.


살짝 톡 쏘는 듯 하지만 금방 부드럽게 변하는 첫 내음 뒤로

꽃다발에서 느껴지는 생화와 같은 장미향이 퍼진다

부드러운 우디한 꿀향이 자칫 뾰족해질 수 있는 생 장미향을 부드럽게 감싸 가시를 감춘다


향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향수와 레이어링 하기에도 좋다. 특히 겨울에는 머스크 향수와 레이어링 해서 겨울 향수로 사용한다. 여름에는 톡 쏘는 꽃향과 레이어링 하면 청량한 여름 향이 된다. 봄과 가을에는 본연의 향을 즐긴다. 오 로즈는 향의 베이스로서, 또는 단독으로서 자신의 관용과 존재감을 나타낸다. 그래서 더욱 손이 자주 간다. 장소와 옷차림에 상관없이 이 만큼 무난하게 어울리는 향수도 드물 것이다. 특히 장미향은 존재감이 너무 독보적이어서 레이어링 자체가 불가능한 제품이 많은 만큼(화려하디 화려한 수많은 장미 향수들은 나에게 너무 부담스럽다), 나에게 오 로즈는 정말 평생 같이 할 향수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너무 무난하고 밋밋한 향수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당연하게도 향은 개인의 취향을 무척이나 많이 탄다. 그래서 선뜻 선물하기 부담스러운 품목 중 하나이다. 나의 경우에는 향수를 선물한 적은 한 번도 없는 듯하다. 나에게 좋은 향이 다른 이에게는 역할 수도 있는 것이 향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오 로즈는 선물을 해도 크게 호불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좋은 향이다. 부디 단종되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항상 바라고 있다.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은 향수이다.


---------------- 노트 구성 ----------------

Top 베르가못, 블랙커런트, 리치

Middle 다마스크 로즈, 센터폴리아 로즈

Base 머스크, 시더우드, 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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