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2년 가까이 꾸준히 하고 있는 취미
나는 (내 나름대로) 뜨개인이다.
정확하게 24년 2월 1일 첫 뜨개실과 코바늘을 샀다. 물론 대학생 때도 잠깐 뜨긴 했었지만, 열심히 뜨지도 않았고, 기껏해야 목도리 몇 가지 뜬 것이 다였다. (뱀처럼 엄청나게 길어진 목도리도 있었지 아마...) 그리하여 본격적인 뜨개는 코바늘 뜨기로 시작되었다. 마침 혼자 제주에 갔다가 비 오는 길을 뚫고 보이는 뜨개 상점으로 가서 즉흥적으로 산 것이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유튜브.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레이스 굵기(아주 얇다. 그래서 초보자는 뜨기 힘들고 진도가 진짜 안 나간다.)의 실에 2호인지 3호짜리 코바늘로 코스터를 뜨기 시작했다. 실패의 연속. 코바늘은 제대로 코에 꿰어지지 않았고, 그 쉬운 빼뜨기 하는데 한 코에 30초~1분씩 걸렸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바보 같은 짓이었다...) 숙소는 TV가 없는 에어비앤비였고, 그저 모든 번잡함으로부터 고립되고 싶어 갔던 짧은 여행 속에서 편의점과 약간의 산책, 그리고 뜨개로 2박 3일(정확하게는 첫날은 노트북으로 일을 했으니까 1.5일)을 낑낑거리며 보냈다. 그때가 정말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나는 어느새 대바늘로 카디건을 뜨고, 코바늘로 가방을 뜨고, 대바늘 또는 코바늘로 조끼를 뜨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솔직히 어쩌다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끊기지도 않고 뜨개를 할 수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처음에는 아주 작은 소품에서 시작해서 가방으로 넘어가고, 도구에 싸복싸복 돈을 쓰고 (뜨개의 즐거움도 쇼핑이 절반이다), 새로운 도구를 쓰느라 시간을 보내고, 완성품에 대해 주변에서 칭찬을 듣고, 그러면서 또 다른 뜨개에도 도전하고, 이제는 해외 사이트에서 실을 직구하고, 그렇게 쌓여버린 실을 적당히 당근에서 팔고 있는 전형적인? 뜨개인이 되었지만, 아마도 뜨개를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것은 색과 잔잔함 때문인 듯하다.
나는 예쁜 색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갤러리를 좋아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이다. 예쁜 색의 조합과 흐름,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형태, 빛과 어두움과의 조화, 그 사이에서 드러나는 화가의 개성과 메시지 등이 느껴지는 것이 좋다. 뜨개 또한 색의 향연이다. 색색깔의 실을 보고 있다 보면 행복해진다. 구경하는 것 만드로도 즐겁다. 뜨개 방이 몇 안되어서 정말 아쉽지만, 유명한 뜨개 브랜드의 쇼룸을 아주 가끔 방문하곤 한다. 사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 좋다. 하지만 뜨개 실은 만질 수 있다. 질감도 여러 가지이고, 질감에 따라 같은 색도 색감이 달라진다. 하늘 아래 같은 색조는 없다고 코덕들이 말했던가. 뜨개 실도 같은 색은 없다. 색은 매우 광범위한 Variation을 보여준다. 하지만 취향은 소나무 같다고들 하던가. 결국 집에 쌓여있는 털실의 색깔 패턴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아이보리, 핑크베이지, 연보라, 연두, 하늘, 그레이. 지금 사무실 파티션에 결려있는 가방과 바라클라바도 아이보리-베이지 톤이다. (결국 무난한 걸 고르게 되는 것...) 어두운 색은 코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핑계로 파스텔 톤만 주구장창 사들이는 패턴을 합리화해 보고자 시도한다. 물론 그게 아니라는 것은 나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 색에 대한 취향은 언제나 비슷비슷하니까.
뜨개를 하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정갈한 코를 한 줄 한 줄 완성해 나가면 마음도 같이 잔잔해진다. 패턴 하나를 예쁘게 완성해 내도 잔잔한 즐거움이 마음속에 퍼진다. 한코 한코 집중하다 보면 시간도 잘 가고, 잔잔해진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잡생각도 없어진다. 그러다 엉덩이와 허리가 아파지면 잠시 쉬어간다. 쉬어간다 함은 바닥에 드러눕거나 다른 집안일을 하러 일어나는 것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많이 커서 몸으로 하나하나 챙겨줘야 하는 것은 없기에 그래도 비교적 긴 시간 동안 뜨개에 집중할 수 있다. 이렇게 잔잔하게 움직이지 않아서 아주 조금씩 살이 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 너무 많이 쪘다...) 그래서 집에 자전거 운동 기계를 당근에서 사다 놓았지만, 자전거를 타면서도 생각한다. 운동하면서 뜨개 하는 건 안 되겠지? (출렁출렁거려서 코를 몽땅 빼먹어버리고 말 것이다)
지금 나에게는 미완성의 뜨개가 2개 있다. 새로운 실이 예뻐서 또는 기존에 뜨던 것이 지루해지면 또 다른 것을 뜨게된다. 그러다 보면 이렇게 2~3개씩 미완성의 뜨개가 쌓이곤 한다. 정말 예쁜 새 실을 샀는데, 감히 새로 시작하지 못한다. 더 쌓이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마무리 고무단만 돌려 뜨면 되는 울 조끼가 하나, 돌만 카디건은 엄청 큰 직사각형의 편물을 만든 후 접고 꿰메서 만드는 것인데, 편물 절반쯤에서 멈춘 채로 잠들어있다. 어서 하나씩 해치워야 하는데 왠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나는 뜨개로 돈 벌기는 어려울 듯하다 ㅎㅎ) 언제 다 뜰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해내가야겠지. 앞으로 하나씩 뜨개로그에 소개하도록 할 예정이다. 엉성해도 예쁘게 봐주시길.
(그러고 보니 미완성이 하나 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