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재 안내
창문 밖에 풍경이 하나도 안 보일만큼 안개가 내려앉은 아침입니다.
그 만큼 공기도 무겁게 가라앉은 듯 합니다. 이런 날은 기분도 함께 주저앉고는 하지요. 밖에 나오기 싫은 마음을 어르고 달래고 다독여서 겨우 출근을 했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끝이 보이지 않는 통로를 지난 십 여년 간 터벅터벅 걸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고, 그 다음은 절망스러웠고, 그러다 악으로 버텼고, 악으로 버티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고는 약으로 버텨온 세월이었습니다. 그 사이 머릿 속에도 안개가 가득 차 버려서 지난 시절을 어떻게 지내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스냅 사진처럼 몇몇 장면들이 문득 떠오르지만, 분절분절 끊겨버려 안개 속으로 사라집니다.
안개 속으로 점점 더 침잠해가는 사람이 글을 쓸 자격이 있을지 되묻게 됩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충분히 고민해야 마땅할 글을 지금의 제가 계속 쓸 수 있을지요. 머릿 속의 안개가 조금만 더 걷히고 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자꾸 되묻게 됩니다.
잠시 안개 속으로 사라지려 합니다. 충분히 헤치고 나올 수 있을 때, 다시 나타나도록 하겠습니다.
미숙하기 그지없는 글을 읽어주시고 좋아해주신 분들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를 보냅니다.
그럼 그 때까지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