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과 새

계절편지 - 26년1월

by Pink Brown

영하의 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롱패딩, 목도리, 모자, 두꺼운 양말, 털신, 핫팩, 장갑 등등 집에 있는 따뜻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동원해서 지내야 하는 시간입니다. 추위가 강해질수록 아침저녁으로 건너는 잠실철교 너머로 보이는 한강은 푸른빛이 더욱 짙어집니다. 그러다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넘실거리는 물결 가장자리를 따라

불투명하게 반사되는 듯한 느낌


영하의 추위가 계속되면 유속이 느리고 그늘진 곳부터 강 표면이 얼어붙기 시작합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어라 조금 언 곳이 있네' 정도였는데, 오늘 보니 제법 많은 표면이 얼음으로 덮여있었습니다. 얼음 결정이 한번 생기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 이미 생긴 얼음 결정을 따라 주변의 물이 사라라락 얼어붙는 것은 순식간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예전에는 얼어붙은 빙판 위로 철새들이 무리 지어 앉아있곤 했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그 광경을 못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착각일까요, 아니면 무심함 때문일까요. 아니면 정말로 철새들이 적어진 것일까요. 올해는 놓치지 않고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멀고 먼 길을 날아온 새들을 마음속으로나마 반겨줘야겠지요.


얼마 전에는 주말이 끝나고 출근길에 나섰을 때 참새를 비롯한 각종 새들이 유난히 지저귀는 날이 있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모든 새들이 경쟁적으로 목청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아침에만 그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시간에도 여전히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는 또 조용했거든요. 문득 아침 시간에 골목에 나서면 어김없이 참새의 짹짹거림을 들을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특히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날이면 참새의 지저귐이 그 따스함을 더해주었지요. 지금은 그때에 비해서 수목이 많이 줄어, 이제 참새가 살 수 있는 공간도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다행히도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나무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새들이 많이 살지요. 가끔은 어떤 새도 지저귀지 않는 날을 생각하곤 합니다. 침묵의 봄이었던가요. 맥락은 다르지만 어쩌면 살충제 남용이 아니라 인간의 또 다른 과도한 욕심으로 인해 새가 살지 못하는 도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이기도 할 것입니다. (새가 사라지면 벌레가 창궐할 테니까요!)


겨울이 깊어질수록

생명의 존재가 더욱 소중해집니다.

그런만큼 한강 얼음 위에 철새가 도착하는 날이 더 기다려집니다.

만나게 되면 알려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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