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새해 되세요

계절편지 - 26년 1월

by Pink Brown

북풍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세밑, 새해입니다. 따스한 연말연시 되셨는지요?


2026년이 되었습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자연의 본능적인 흐름을 인간이 각종 필요와 편의를 위해 조각조각 잘라놓은 것이 시간이라는 개념이지만, 그래도 시간이 있어 어제가 있고,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는 듯합니다. 만약 시간 개념이 없다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은 항상 비슷비슷해서 내가 어느 시절을 지나고 있는지 모르게 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인위적으로 조각내었다는 점에서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테니까요. (언젠가 시간 개념이 의사소통에 필요하지 않은 삶을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하다 보면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한 달이 갑니다. 하루하루의 그 시점은 흐르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 것 같지만, 잠깐 정신을 놓다 보면 계절이 지나고, 한 해가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종의 것들을 기념하는 듯합니다. 기념일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하나의 분절점, 기억, 추억이 되니까요.


보신각 타종 행사

새해 해맞이

구정과 추석

절기에 맞춰 습관적으로 하는 세시풍속

친밀한 누군가의 생일

서로에게만 의미가 있는 그 어떤 날짜들


기념일에는 뭔가 어제와 다른 것들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낯부끄러워하지 못했던 말들을 기념일을 빌어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는 새해 때 아니면 하기 힘든 말이지요. (신정부터 시작해서 구정 연휴까지 계속하게 된다는 어려움이 있기는 합니다만...) 저는 1월 1일 새해를 맞이해서 가족들을 위해 떡국을 마련했습니다. 맛이 있는지 없는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습니다. 떡국을 먹으면서 복 많이 받으라는 마음과 말을 입을 통해 몸속까지 따뜻하게 흘려 넣는다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희 집은 12월에 생일, 결혼기념일, 크리스마스에 이어 1월 신정까지 기념할 날들이 넘쳐났군요. 기념일에는 음식이 빠질 수 없죠. 어쩐지 피곤하더라니 그래서 그랬나 봅니다.


밖은 입김으로 시야가 흐려질 만큼 춥지만, 따뜻한 집이 있고, 안식처가 있고, 그래서 마음만은 따뜻한 새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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