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이즐리 Jan 13. 2022

전념(Dedicated)_피트 데이비스

액체인간에서 벗어나라!

Dedicated : 1.무언가를 신성하게 하다.  2.오랫동안 무언가에 전념하다.


우리는 지금 무한 탐색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의 현 시대를 폴란드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를 액체근대라고 표현했다. 어느 한 가지 정체성, 장소, 공동체에 스스로 묶어두지 않고 마치 액체처럼 어떠한 형태의 미래에도 맞춰 적응할 수 있는 유동적인 상태에 머무는 것, 이것이 바로 액체근대다.(전념.19p) 오늘날의 사회에는 무수히 많은 선택지들이 있다. 너무나 많은 나머지 결정을 미루기도 하고, 아예 하지 못해서 고립된 상태에 있기도 하고, 또, 이것저것 탐색만 하다가 길을 잃기도 하며, 한 가지를 선택하여 무언가 행동에 옮긴다고 해도 선택지를 열어둔 상태, 언제든 수가 틀리면 다른 선택지로 옮길 준비를 한 상태로 임하기에 피상적인 삶 속에서 깊이를 잃는다. 액체근대의 정의가 보여주듯 선택지를 열어둔다는 것, 무한 탐색 시대에서는 어떤 장소, 사람, 사명 등의 특정 대상에 충실하지 못하도록 막는다.(전념.31p)  피트 데이비스의 '전념'은 우리 사회의 상태가 어떠한지 적나라하게 표현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자신의 믿음에 근거하여 긍정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바로 '자발적 전념하기'이다.

사실 선택지를 열어둔다는 것에 대한 의미는 이미 우리가 일상 속에서 체감하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본다. 사회기관이나 기업들의 문화도 중립적인 상태를 유지하면서 단단하지 않은 상태, 미래에 따라 변화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열어두는 추세이고, 그에 따라서 회사에 소속된 직원들, 직원채용 부분에서도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분야에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을 선호하기도 한다. 미래의 가능성을 위해서 여러 분야에 걸쳐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곧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또, 요즘에는 인맥이 넓은 것이 좋은 것이라 넓고 얇게 아는 사람들이 많은, 소위 말하는 인싸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이는 '전념'에서 이야기하는 잠재적 불안이 아닐까?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알게 되지만 깊이있게 모든 사람들을 아우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선택지 열어두기는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혼란과 진정성, 따뜻함이 사라지고있는 이 사회를 저자는 설명하고 지적한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항상 선택지를 열어두는 선택을 한다면, 해방을 원해서 하는 선택이 오히려 해야 할 일들의 쳇바퀴 속에 갇히는 상황을 야기하고, 깊이 있는 경험을 놓치게 된다.  어떤 특정한 대상에 전념하는 것은 잠재적 불안에서 해방되고, 무언가에 깊이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주변 속에서 명예롭고, 존경받아 마땅한 전념하기 영웅들을 예로 들면서 우리에게 호소한다. 우리가 특정한 대상에 열광하고, 감동받고, 존경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인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이 명예를 얻고 존경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여기에 있다. 누군가의 헌신으로 맞게 된 변화에, 오랫동안 전념해 온 그 시간들에 우리는 마음이 뭉클해지고, 본받고 싶어진다. 변화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안에는 누군가의 희생, 헌신이 있다. 개인이든, 기술이든, 공동체, 지역사회, 국가 등 어떤 특정한 대상에 말이다. 세상에는 영화같은 순간은 없다. 그저 꾸준함의 과정이 연속되어 어느 순간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일 뿐이다. 지금의 현대사회도 그런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깊이에 대한 소망과 사명의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어떤 것에 전념하는 일은 아주 멋지고 경이로운 일이다. 무한 탐색 시대에 우리 사회를 지키고 변화시키는 것은 사실 전념하는 사람들이다. 누구도 희생하지 않고, 헌신하지 않는 사회가 과연 살아있는 사회일까? 무한탐색 속 무미건조한 사회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내 안에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무언가를 선택하여 전념한다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이유는 3가지로 정리할 있다. '후회에 대한 두려움' , '유대에 대한 두려움' , '고립에 대한 두려움' 이다. 무언가에 전념하다가 다른 것에 전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무언가에 전념한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다. 선택이 옳았는가? 아닌가? 보다는 자신의 선택을 옳은 결정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기회가 왔을 두려움으로 머뭇거려서 놓치기 보다는 기회를 잡아 99퍼센트의 노력을 쏟는 것처럼 말이다. 이 과정에서 진짜 자아를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어떤 공동체에 소속되길 원하지만, 구속당하거나,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는 등 벽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자신의 자유를 훼손당하기 싫어한다. 이런 이중적인 면이 나는 모든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개인주의 성향이 팽배해지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무관심한 것이 도덕의 척도가 된 사회에서 관계를 일구어 나가는 것은 사실 귀찮고 성가신 일이다. 그러면서도 소속감과 안정은 원한다. 피트 데이비스가 말하는, 무한 탐색 속 유대는 느슨해지고 신뢰는 얕아지고, 해방과 헌신 사이에 갇힌 채, 단단하지 않음을 기뻐하는 동시에, 혼란스럽게 유동적인 흐름 속에서 좀 더 단단한 삶을 갈망한다. 는 말에 정말 공감을 많이 했다. 사람에게 실망하기 싫어서, 유대가 나에게 주는 상처들이 무서워서 관계를 일구어나가는 것에 회의적이었던 나는 관계는 갈등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왔다. 갈등에 소모되는 에너지낭비가 싫으니 처음부터 단절해버리는 벽을 세우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우리는 관계나 공동체 속 갈등에서 끈임없이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고, 중립성에서 개방성으로 가야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공동체, 관계 속에서 같은 목적을 가지지만 다른 의견에 대한 열린 마음 말이다. 전념하는 사람들은 올바른 균형을 찾는 것에 성공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올바른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이루어진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말을 하는지 유대를 통해서 얻어지는 메타인지는 아주 값지다. 

다양함이 주는 매력, 선택지가 많을 수록 여러가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선택지 열어두기의 장점이다. 그렇지만 금새 사라질 것들이다. 깊이를 경험하는 일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일임을 알려준다. 새로운 것이 주는 자극은 짜릿하다. 하지만 그 다음 새로운 거, 그 다음 그 다음 그 다음을 부른다. 저자는 이런 새로움이 아니라 깊이가 주는 궁극적인 새로움을 이야기한다. 고립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삶의 의미와 목적의식을 가지고 특정한 것에 깊이를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이다.


작가 루이스가 이야기하는 '내부조직에 집착하는 사람'과 반대로 외부인이 되는 두려움을 극복해보는 것은 어떨까?(전념.285p). 책에서는 내부조직에 깊이 관여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사회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있다. 무한 탐색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잠재적 불안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에, 이 사람 저 사람 인맥을 늘리고, 인맥을 늘리기 위해서는 무언가 매력이 있어야 하며, 매력 안에는 능력 또한 포함이 되어있다. 여러가지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지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만, 그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모든 관계 속에 깊이가 없으니 점점 에너지소모만 하게 되고, 지치는 순간이 오면 무기력에 빠져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허무하고 공허한 시기가 찾아오는 게 아닐까싶다. 그러나 외부인이 되는 두려움을 극복하면, 진정한 정체성과 삶의 목적에 눈을 떠서 무언가에 전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후회에 대한 두려움을 물리치고 사명과 목적을 찾으면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찾는다. 유대에 대한 두려움을 물리치고 연대를 형성하면 더 큰 공동체와의 관계를 찾는다. 깊이가 주는 즐거움으로 고립에 대한 두려움을 물리치면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를 찾는다.


무언가에 전념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분명한 메세지를 전달한다. 잘못된 자유를 추구하는 사회,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무한 탐색시대에서 방황하는, 불안하고 무기력한 사람들을 향해 삶의 의미를 찾고 목적의식과 함께 명예로운 삶을 살라고 말이다. 세상을 바꾸는 누군가는 전념하는 사람들이다. 액체인간에서 고체인간으로 단단한 삶을 영위해나가는 방법은 전념이다. 이제는 액체인간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와 정체성을 발견하고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 깊이를 추구하는 고체인간으로 거듭나야 할 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