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나 햄과 같은 반찬은 잘 싸 오지 않고 김치와 나물 반찬만 싸 온다고 왕따를 당한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부끄럽고 싫었지만, 커서는 어머니에 대해 감탄을 했다. 고등교육도 받지 않은 어머니께서 어쩜 이렇게 영양과 건강에 대한 상식이 풍부하실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어머니와 대화를 하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햄이나 소시지 반찬을 싸주지 않은 것은 건강에 해로워서라기보다는 장을 볼 돈이 한정되어 있어서 비싼 가공육류를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야채를 위주로 식단을 구성했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기후위기로 인해 채소가 귀해졌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장을 봐오는 길이다. 고기를 들었다 놨다 했다. 휴직 중이라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으니 장을 볼 때마다 손이 작아진다. 가격도 안 보고 덤벙덤벙 구매를 하다가 내가 이렇게 소심해졌네, 싶다. 그리고 가공육류 가격표를 확인하고 내려놓으셨을 엄마 생각이 난다. 안쓰러워하실까 봐 오늘 장 본 이야기는 해드리지 말아야겠다.
장을 본 것 때문은 아니고, 눈물이 많이 나는 날이었는데, 전화를 안 받으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