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0) 집 문이 열려있었습니다. 밤 12시에.
저는 잠귀가 밝은 편입니다. 새벽의 잡음에 쉬이 깨는 편이고 보통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평생 피곤한 기질입니다.
아까 12시 쯤, 잠결에, (정신차리고 적기 시작한 지금은 2시네요.) 집 문쪽에서 쾅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계단 복도의 인기척도 들린 듯 합니다. 새로 이사온 집은 방음이 잘 안되는 집이기도 해서, 눈은 떠졌지만 옆집이겠거니 하고 잠을 곧바로 다시 이루고 싶어 한참을 그냥 누워있었습니다. 결국 휴대폰 불빛에 각성된 불쾌함을 안고 거실로 나왔는데,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얼른 걸어잠그고 불안감에 놀라 가족들을 살피니, 아내도 아이들도 다행히 평소와 같습니다. 이어서 집안이 무사함을 다시 확인하고, 이곳의 경찰신고 전화번호를 찾아둡니다.
(+49) 110.
여기는 '안전한' 독일 베를린 슈테글리츠입니다. 그리고 이 집에는 제 아내와 어린 세 아이가 삽니다. 저희 가족은 이곳으로 이사 온지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삶을 마주한 긴장이 서서히 풀려가던 중, 어쨌든 여긴 아주 다른 나라라는 기초적인 사실을 방금 서늘하게 인지했습니다.
'정신차려, 여기 서울 아니야.'
문이 정말 누군가에 의해 열린 것인지,
아니면 여름 저녁 산책 후 깜빡하고 안 닫은 것인지 마저 지금 와선 희미합니다. (1)
다만 평온해야할 이 집의 가장은 저입니다.
사랑을 위해 저 문은 잘 닫혀있어야 합니다.
제가 할 역할입니다.
(1) 베를린은 한국보다 고위도 지방이라 여름에는 저녁 9시 넘어서도 낮처럼 환합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 코멘터리
위 일이 벌어진 후 이틀 쯤 지나고 다시 들여다보니,
마침 브런치를 개시하는 제 첫 글이 좀 무서운(?) 에피소드가 되어버려 약간 아쉽습니다.
이후 다행히 아무 일 없었고, 다시 평화를 찾은 듯 합니다.
앞으로 제가 여기서 다뤄보고자 하는 주제는,
40여년을 한국에서 살아 한국산 가치관으로 기원된 제가 (그리고 제 가족이)
여기 유럽 독일에서 마주할 수많은 다름과, 이를 겪으며 얻는 감상입니다.
저는 공학을 전공해 (가까스로) 관련 업계에서 직장생활을 해왔으며,
제가 제 삶의 주체적 의식을 가진 이후, 아마도 스무살 즈음,
살아가는 내내 저 스스로도, 그리고 주변에서도 '기질이 너무나 공돌이스럽다' 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렇다보니 여기서 만나는 문화 등 주로 인문,사회적 차이를
그런 제가 느끼고 해석해보고 이를 글감으로 다루면
아마도 다소 신선할 수도 있습니다. 진심으로 그러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전혀 와닿지않는 외계어 같을 수도 있겠습니다.
일단 정성을 다해보겠습니다.
한 번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