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억
사람들은 어디까지 자신의 일을 기억할 수 있을까
쌍둥이 둘이서 병아리 싸움을 하다가 동생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ㅡ엄마 뱃속에 있을 때 네가 나를 발로 찼잖아ㅡ
나는 그 정도의 기억은 아니어도 세상에 나와서 엄마등에 업혀 있을 때 공포에 질려 울지도 못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갓난아기였다 포대기로 엄마등에 업혀 있는데 누군가가 엄마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엄마는 나를 업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깜깜한 어둠
엄마등에서 나는 공포를 느꼈다 울 수도 없었다
엄마등에 바짝 얼굴을 파묻고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삼키고 있었던 거 같다
깜깜한 어둠의 공포를 보았다
지금도 그 짙은 어둠이 나는 생생하다
훗날 엄마한테 그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딱 한번
ㅡ엄마 나 처음 기억이 갓난아기일 때 누군가가 엄마 머리채를 잡고 욕하는데 엄마는 그냥 당하기만 하던 기억이야 그때 엄마 나 때문에 당하기만 했던 거야?ㅡ
엄마는 빤히 나를 쳐다보다가 얼른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담배를 세 개비 연달아 피웠었다
허공을 향한 시선은 흔들렸고 담배를 쥔 손은 떨렸다
분명 그날의 기억이 떠 오른 듯했다
나는 엄마가 다른 사람과 언성을 높이거나 몸싸움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내 기억 속에 엄마는 다른 사람들에게 지극히 친절하며 다정했다
우리 형제들은 우리한테도 좀 다정하지 하는 불만이 있을 정도로 엄마는 모든 사람에게 관대하고 친절했다
아버지와의 부부싸움은 집안일이고 그건 별개다
그런 엄마가 첫 아이를 업고서 머리채 잡힌 기억이 잊힐 리 없을 거다 시간이 흘러 기억 속에 묻혀 있을 뿐
엄마의 흔들리는 시선에서 연이어 피우는 담배 개수에서 알 수 있었다
나는 더 묻지 않았고 엄마는 담배만 피웠었다
그렇게 내 첫 기억은 깜깜한 암흑 속에서 내게 첫 공포를 줬고 울음대신 숨을 삼키는 법을 어렴풋이 알게 했다
형제들이 모여 지난 일을 얘기하다 나의 첫 기억을 말하면 이제는 그걸 나의 상상력이라고 웃는다
하기사 육십 년도 넘는 시간이 흘렀으니
갓난아기인 첫딸을 업고 장사를 하면서 어떤 수모를 당하신 걸까 가슴이 저려온다
이제는 엄마도 계시지 않으니 확인할 길이 없다
아니 계신다 해도 아픈 기억을 나는 또 들추지 않을 거다
엄마처럼 기억 속에 묻어야지
그렇게 나의 첫 기억은 엄마의 아픈 기억과 함께
가슴속에서 잔잔히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