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어 엄마를 찾다
살면서 엄마를 가장 많이 찾은 적이 언제였나 돌아보니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던 그 어린 시절도 아니고 지금 내가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된 지금이다.
매달 돌아오는 카드 결제일 맞추느라 신경 곤두세우고 빡빡하게 한 달을 살아내던 시절이 아니고 경제적으로 한결 여유로워진 지금에서야 비로소 나를 돌아보고 엄마를 찾는다.
시동생과 시누이들을 공부시키고 결혼시키고 나의 아들도 결혼을 해 분가하고 손자가 이뻐서 손자바라기 할머니가 된 지금 그저 평온할 날들인데 나는 내 엄마가 사준 장롱을 열고 이불속에 얼굴을 묻고 엄마를 부른다.
시집살이의 뒤끝으로 찾아온 시어머니의 치매가 힘들어서가 아니다.
시어머니의 치매로 보이는 시집식구들의 나를 대하는 모습에서 비로소 돌아보게 되는 내 모습이 초라했다.
돌아보게 되는 지난 시간들..
결혼하고 일 년 만에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장남인 남편이 안쓰러워 힘이 되고 싶었던 시간들의 마음들이 너무나 허망하게 여겨졌다.
내 부모 내형제에게는 힘들 때 손 벌려 도움만 받고 여기까지 왔는데 여전히 나에게만 강요되는 잘하라는 며느리의 명분 앞에 나만 잘하면 된다는 자기 암시로 살아온 그 시간들이 무너져 버렸다.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마주하니 서럽게 엄마가 생각난다
고작 이 정도로 살려고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엄마얼굴 제대로 보러 가지 못하고 살았나 싶다.
가신지 이십 년이 되어가는데 이제야 엄마가 보고 싶고 새삼 그리워진다.
깊게 파인 유독 검은 눈동자의 주름진 야윈 얼굴의 내 엄마
엄마 엄마 ...
이제사 엄마가 그리운 줄 알겠는데 당장이라도 갈 수 있는데 ..
미련한 큰 딸년은 엄마가 사준 장롱을 열고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엄마를 찾는다.
굽이진 가파른 언덕 골목길
밑에서 바라보면 막다른 언덕
구불구불 언덕길 사이 샛길
내가 비켜서고
네가 지나가는 좁은 언덕길
산복도로를 다니는 버스에서도
굽이진 도로를 내달리면
운전석 차창으로 보이던 푸른 바다
그대로 빨려 들것 같은 아찔함
급커브 돌아서면 큰 숨 한 번 쉬었지
석양빛이 빠짐없이 층층이
골목길을 스며들 즈음이면 가파른 언덕 골목길 저어기
석양빛 후광 입고 ㅡ엄마다
엄마가 오신다
석양빛에 눈이 부신 우리엄마
엄마가 오는 저녁시간은 언제나 밝고 풍만했다
엄마가 집에 있는 것 만으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