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생각

반항

by 나르는꿈

육십갑자의 뜻을 검색하니 갑자기 최소공배수도 나오는 그만큼 인생 한 바퀴는 돌았다는 뜻일 거다. 그러니깐 육십이 넘은 나는 어느 정도는 해탈 아닌 그 비슷하게 흉내라도 낼 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교집합점인 그 순간이 있었을까

여전히 시간의 강위에서 매번 후회와 아쉬움으로 돌틈을 아프게 부딪치며 흘러가고 있다



나의 첫 가출은 국민학교 일 학년 여덟 살

내가 여덟 살이라 확실히 기억하는 건 그날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가 여덟 살 일 학년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뚜렷이 있기 때문이다.

그날 아침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에 없다. 그다지 특별한 일은 없었을 거다.

전날 저녁 아버지의 술주정으로 엄마의 기분이 덜 풀려 나를 닦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녀 일남의 장녀인 나는 그때는 다섯 살 두 살의 여동생이 있을 때였다.

우린 세 살 터울이고 엄마는 둘째 여동생을 업고 장사를 다니셨다.

내형제 그 누구보다 나는 젊은 엄마를 누렸다.


앞만 보고 무작정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넓은 공터에 길이 갈라져 있었다.

우리 집 창을 열면 보이는 바다로 바닷속으로 갈 생각 ㅡ이었다.

집에서 조금만 걸어 내려오면 코앞이 바다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가보지 않은 길은 모르고 창 너머 보는 다리 건너 저쪽 송도바다

기억 속에 송도 쪽으로 가는 큰 대로 옆으로 골목길이 보였다.

어디로 가야 하나 문득 고개를 드니 사방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갑자기 골목 저 안길에서 무서움이 밀려왔다.

얼른 앞에 놓인 대로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어두움이 짙게 깔려 있었다.

무서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삼거리 넓은 공터를 돌아보니 안쪽 골목길 중앙에 밝은 빛이 나오는 건물이 있었다.

ㅡ아미 파출소ㅡ

무서움에 나는 여덟 살 어린아이로 돌아왔다.

무작정 파출소 안으로 들어갔다. 여름이었던 거 같다. 문은 열려 있었다.

ㅡ아저씨 길을 잃었어요ㅡ

집이 어디인지 어디 가는 길이였는지 물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몇 살이냐고 물었다. 순경아저씨가.

ㅡ여덟 살이요ㅡ

순경아저씨들은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들이었다.

당시 국민학교 때 나는 앞으로 나란히 하면 내 친구들의 어깨 위에 손을 얹는 제일 덩치 큰 아이였다.

평생 클 키와 덩치가 그때 완성 되었다.

집은 영도이고 일학년 몇 반이고 울먹이면서 말하니 그제야 순경 아저씨들이 인정했던 거 같다.

나는 순찰차를 타고 순경아저씨들의 보호아래 집 앞까지 안전하게 돌아왔다.

분명히 기억하는 건 순경아저씨가 순찰차에서 내리면서 집에 갈 수 있냐고 내게 물었었고 나는 손 끝으로 '저기요' 하고 인사하고 내렸다. 그리고 순찰차는 떠났다.

아이가 저녁 늦게까지 안 돌아오니 찾기는 했던 거 같은데... 어린 딸이 감히 가출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내 부모님은 생각이나 했을까

아버지도 엄마도 낮동안 없어졌던 딸이 늦게나마 집에 돌아온걸 다행이다 다독여 주시지는 않았다.

집 나갔던 여덟 살 아이도 제 발로 집에 돌아와서는 잘못했다고 반성하지 않았던 거 같다.

늦은 밥상을 대하고 앉아 밥을 먹는데 엄마는 화가 잔뜩 나서 내게 짜증을 부리셨다.

그때 나는 내가 한 말을 또렷이 기억한다.

ㅡㅡ차라리 나를 죽이시예ㅡ

아버지가 그랬다. 엄마에게 무슨 말버릇이냐고 엄마한테 그러는 거 아니라고.....

정작 엄마는 그 뒤로 말이 없었다.

둘째 여동생을 품에 안고 있던 엄마의 갑자기 굳어진 표정을 봤다. 차갑게 얼은

어린 나이였지만 나는 그 당시 연탄불에 밥도 하고 엄마가 시장에서 장사 나갔다 올 때까지 집청소와 첫째 동생을 돌보는 엄마에게는 든든한 집지킴이였다.

엄마에게 칭찬받고 싶은 말 잘 듣는 큰딸이었다.

엄마말에 대꾸할 꿈도 못 꾸던 아이가 시키는 대로 잘 따라주던 아이가 차라리 죽여달라고 정색을 하니 예상 못한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순간적으로 당황한 엄마는 차갑게 굳어 버린 거 같았다.

경제관념 없이 한량인 남편에 피곤한 엄마의 스트레스는 만만한 큰아이였을 텐데 그렇게 의지 하셨던 건데...

그나마 의지했던 큰딸에게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그 시절 나의 엄마와 어린 나를 생각하면 왠지 가슴이 저리다.


여태껏 나는 엄마말을 거부한 적 없다고 엄마를 그슬린 적이 없다고 엄마를 이긴 적이 없다고..

잘도 지껄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