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잔
소주 한잔
편지를 쓴다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쓴다
주절주절 늘어놓는
딱 소주 한잔의 푸념
어디에도
어느 곳에도 날려 보내지 못하고
꿀꺽
소주 한 모금 삼킨다
안주 없다고 안주가 되어
함께 넘어간다
다시
가슴 한 귀퉁이에서
똬리 튼다
직장생활을 할 때이다
결혼하고 십 년 만에 시작한 직장생활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우선 내 마음부터 다잡아야 했다
보온 밥솥에 밥만 그득 해놓고 며느리 퇴근시간만 기다리고 있는 시어머니, 뒤이어 퇴근해 돌아올 남편과 시동생이 있었다
때로 피곤하고 허기져 아이들과 편하게 대충 넘어가는 일은 생각도 못 할 때였다
집에 들어서면 흐트러지는 나를 다잡아야 했다
소주 한잔
저녁 준비하려고 냉장고 문을 열면 식사에 반주를 즐기는 남편덕에 늘 자리를 채우고 있는 소주병
결혼하고 알게 된 나의 알코올체질
찬거리 꺼내면서 슬쩍 소주 한 모금 털어 넣는다
이럴 땐 털어 넣는다는 표현이 딱이다
쏴ㅡ하니 피곤한 빈속에 퍼지는 알코올의 짜릿한 느낌과 함께 무거웠던 몸과 마음은 반전이 된다
부지런히 저녁을 준비한다
술 마신 거 표 나지 않게 하기 위해 한껏 부드럽게 나를 무장시킨다
빈속에 마신 소주 한잔은
하루의 마무리를 한결 평화롭게 이끌었다
그때 빈속에 한잔의 술은 만사형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