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空, 공허함

# 공허함 # 허기 # 외로움 # 그 근원은?

by 행복 마라토너

당신은 외롭나요? 마음이 허하나요? 이러한 질문을 들었을 때,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난 이 질문에 "네, 맞습니다."라고 할 것이다.


어제 밤, 새벽 4시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이 시간이 무척이나 외롭고 괴로웠다.

당신이 그토록이나 보고 싶었고, 내 옆에 누워있었으면 좋겠다,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러한 애달픈 감정이 들면서, 한편으로 화가 났다. 아니, 짜증났다.


양가적 감정이었다.


눈을 감으면 어디서든 잘자는 당신은, 지금 이 시간도 꿈속에 있겠지? 당신은 내 생각을 할까?

하는 마음이 들면서, 그저 당신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당신에게 많이 의지하나보다. 난 누군가에게 의지하는게 낯설었고, 또 무서웠다.


나의 의지가 당신을 부담스럽게 할까봐. 난 누군가가 내 감정으로 인해 부담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내 감정스레기통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힘들다는 걸, 그 누군가를 힘들게 하고 싶진 않으니까. 왜냐면 난 너를 사랑하니까.

너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어젯밤의 감정이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왜 나는 이렇게 생각이 깊은 사람일까?

그냥 좋으면 좋은거고, 싫으면 싫은 사람이었으면, 그렇게 단순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신이 그랬다. 남자는 생각보다 단순하다고. 난 이 말을 믿었다. 그런데 당신을 보면,

내 생각만큼 단순하지는 않아보였다. 그래서 당신에게 끌렸나보다.


하지만, 난 당신에게 끌릴 순 있었도 끌려다니긴 싫었다.


그래서 어젯밤의 난 양가적 감정을 느꼈나보다.

K-장녀. 책임감. 당당함. 열정. 노력. 성실함.

위의 키워드는 나를 상징하는 단어들이다. 난 K-장녀로 지난 20년을 살아왔고

알게 모르게 주변의 의식을 받아오며,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나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이끌어왔고 그렇게 되려고 애썼왔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나였고, 우리 부모님이 생각하는 나여야 했으며, 내 친척, 친구들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어야 했다. 그리고 당신이 떠올리는 나의 모습이었을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족쇄 속에 나를 얽매여오며 지난 20년을 살아왔다.


난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고, 그런 내가 싫지 않았다.


그러한 나의 생각은 나를 성장시켰고, 나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나를 행복하게 했기 때문에.

그런데 요즈음에는, 아니 전부터 어느 순간 이러한 것들이 나에게 무게로 느껴졌다.

부모님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난 항상 발전하고 성장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난 그렇게 살아왔고, 또 그런 내 모습이 스스로가 멋졌기 때문에.

그래서 난 이런 나를 칭찬해 줄 사람을 찾아 해맸고, 그래서 SNS에 이러한 내 모습을 올리고

가족 톡방에, 당신과의 일상 이야기 속 은연 중에 이런 나를 과시했다.


칭찬이 고팠다. 아니, 어쩌면 내 스스로를 내가 인정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항상 부족함을 느꼈고, 항상 채우려고 했고 항상 더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지난 나날이었다.


채울수록 더 채우고 싶어졌고, 더 허기졌다.


발전하지 않으면, 나아가지 않으면, 당신들이 나를 좋아해주지 않겠지? 하는 생각도

은연중에 있었던 것 같다.

멋있다는 당신들의 칭찬이 나를 더 그렇게 만들었고, 그렇지 않은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난 생각했나보다.


실패한 모습을 보여주기 두려웠고,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기 무서웠다.


난 늘 당신들에게 완벽함을 보여주고 싶었고, 당신들에게 사랑받고 싶었고, 당신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그게 진정한 나이든, 내가 만들어낸 나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난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게 어쩌면 당연했던 것 같다.


그런데 말이다. 요즈음은 지친다. 슬프다.

외롭다. 고달프고, 그립고 힘들다.


당신에게 그래서 기대고 싶었나보다. 물리적 거리가 떨어진 우리의 현재가

나를 당신에게 더 기울게 만들었고, 나의 허기를 더 고프게 했다.


난 어제 뭔가를 깨달았다.


지금껏 난 혼자서도 잘 살아왔고, 당신이 없었던 내 삶도 충분히 멋있었고, 또 행복했다.

그런데 왜 난, 외로운 밤 당신을 떠올렸고 당신을 그리워했을까?


그런 내가 너무 낯설었고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 혼란스러웠다.


난 김창옥 선생님의 말처럼 홀로서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러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을 자부했다.


근데 아니었나보다.


난 그렇게 보이려고 애썼나보다.

늘 부단히 살아왔고, 늘 부지런하려고 노력했고 또 노력했다.


노력파. 그게 나였다.


쉴 때도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했고, 끊임없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꼭 해야 마음이 편해졌다.

매일의 루틴을 지켜야 마음이 편했고 그럼으로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하려 했다.


근데 이건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것 같다.


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맞다. 그건 확실하다.


나를 사랑하기에 난 지금도 이러한 글을 적고 있고, 날 돌보고 있는 거다.


무엇이 날 외롭게 느끼게 하는 걸까? 아직 이 답을 찾진 못했다.


확실한 건, 난 혼자서도 잘 사는 사람이 되고 싶고, 또 같이도 잘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결론은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거. 나의 엔딩은 결국 해피엔딩이라는 거.


그래서 난 오늘의 당신도 serendipity 그 사이를 살아가고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