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너랑 유럽으로 갈거야!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렸지

by DIA
우울감에 빠져 걷고 또 걸었던 밤

유럽 여행을 결심하기 전, 나는 지친 일상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만약 졸업 후에 바로 취업을 했다면 사정이 달랐을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무명배우였고, 오디션만 보면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게 일상이었다. 지난 1년 동안 단 한순간도 편한 적이 없었다. ‘좋아서 선택한 일인데... 왜 이렇게까지 불행한 걸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큰 행운이라지만 좋아하기 때문에 더 외롭고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졸업하고 나서야 뼈저리게 느꼈다.

어느 날, 우울한 기분을 해소하려 산책을 나갔다. 엄마와 함께 한참 걷다가 우연히 공원에 꽃 축제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됐다. “엄마 오늘 마지막 날이라는데, 한 번 구경해 볼래?” 기분 전환이 필요했던 나는 구경이나 해보자며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들어가려면 돈 내야 돼 그냥 집으로 가자” 엄마는 질색하면서 내 팔을 끌어당겼다. 나는 기분이 확 상한 채로 걷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터트렸다. “기분 좋게 한 번 가주면 어디가 덧나? 왜 항상 맘대로 행동해?” 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린 채로 길에 풀썩 주저앉았다. 집으로 돌아갈 힘도 없어서 누가 나를 들것에 실어 갔으면 했다. 엄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그 순간 생각했다. ‘하…. 이게 사람 사는 건가 “

그날 이후로 나는 올해를 완전히 망치기로 결심했다. ‘인정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최악의 한해를 보내보자…. 도전하는 족족 실패해 보자.’ 그랬더니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이 우습게도 금세 후련해졌다.


그로부터 며칠 뒤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여름에 유럽 와


사건의 발단은 친구와 1년 만에 만난 날로부터 하루 뒤, 6000원짜리 정산 문자를 주고받으면서였다.( 테크노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친구인데, 편의상 그 친구를 테크노라 부르겠다.) 테크노는 내게 여행 생각 있으면 여름에 유럽에 오라며 장난을 쳤고, 나는 그걸 다큐로 받아쳤다.


“진짜 진지하게 생각해 볼게.”


그전까지 유럽 여행은 내가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없는 사치품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시에 나는 모든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고 무엇보다 새로운 자극과 경험이 절실했다.

유럽 여행을 떠나겠노라 결심하고서, 일하던 카페에 허락을 구해 10일간의 휴가를 얻어냈다(솔직히 한 달은 가고 싶었지만 그럴 돈이 없었다…)


‘나도 너랑 같이 유럽으로 갈 거야..!’


테크노로부터 유럽에 오라는 문자를 받은 지 단 5일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호기롭던 시작과 달리 여행 준비는 순탄치 않았다. 갑작스러운 3차 오디션 참가를 위해 비행기 일정을 변경해야 했고, 그로 인해 여행 계획이 반 토막으로 줄어들었다. 금전적인 손해도 쉽게 넘길 수 없었는데, 예약한 호스텔과 기차는 싼값에 한 거라 변경이 불가능했고, 여행사를 껴서 예약한 비행기는 수수료 폭탄을 맞았다. (절대로 여행사 끼고 비행기 예약하지 말아라.. 어떻게 아냐고 묻는다면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결국 10박 12일의 독일과 파리 여행을 포기하고, 짧고 굵게 5박 7일 동안 독일만 누리기로 결정했다. 오디션과 유럽 여행, 둘 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욕심 때문에 생긴 일이라 속은 쓰렸지만, 기회비용이라 생각하며 짧더라도 재밌게 놀고 오자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