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길 1일 차 밤 ->2일 차 라스베이거스
1. 친구를 만나서 라스베이거스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
그래도 친구를 만나 친구의 차를 타니 너무 반갑기도 하고, 안심도 되고 했다. 그리고 친구가 나를 위해 운전을 정말 많이 했는데, 너무 미안했다. 친구의 집 근처에 차를 대고, 유니온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여행에 좀 들떠서 괜찮았는데, 터미널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홈리스들, 경찰? 경호원들도 정말 많고, 곳곳에 아니, 모든 곳에 대마 냄새가 심했다. 원래 필리핀, 베트남등 좀 시설이 열약해도 정말 잘 다니는 편인데. 세상에 진짜 너무 차원이 달랐다. 이게 과연 미국이 맞는가. 처음에는 비행기를 타려다가 친구가 돈이 없다고 해서 버스를 타자고, 괜찮다고 안전하다고 했는데, 솔직히 친구가 너무 원망스러워졌다. 이게 뭐가 안전한가 싶기도 하고 본인도 한국에 살아봤으면서 미국에 익숙해져서 누군가 총기난사를 하지 않는다면 안전한 건가...? 비행기 탈걸...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버스는 편도 4만 원 정도이고, 왕복 8만 원 정도 준 것 같은데 비행기는 왕복 30만 원 정도였다. 내 안전과 돈 30만 원을 맞바꾼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었고, 터미널 내부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너무 지쳐있었고, 땅바닥에라도 앉고 싶었지만, 친구가 땅바닥에 뭐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앉지 말라고 했다. 정말 힘들었다.
2. 그렇게 버스를 탔는데,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정말 정말 가난해 보이는 미국인들 밖에 없었다. 누군가 여기서 칼을 들고 설치거나 총을 들고 난사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오랜 비행으로 지쳐있었고, 어디 씻지도 못하고 거의 이틀가량을 밖에서 지낸 나는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가 어려웠다. ㅠㅜ 새벽 12시에 출발해서 5시 반에 도착하는 버스였는데, 버스가 가는 내내 너무 추워서 경량패딩을 꺼내 입었고, 어떤 정말 이제 2살 되었을 것 같은 아기가 계속 울었는데 엄마가 계속 shut up! 을 반복해서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아이는 이 새벽에 무슨 죄인가 싶고... 그래도 미국은 아이들에게는 정말 관대한 것 같았다. 거의 가는 내내 그러는데 아무도 그것에 대해 짜증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3. 겨우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해서 우리가 머물 호텔에 짐을 맡기러 갔다. 정말 피곤했다. 짐을 맡기고 아침을 먹으러 갔는데, 계란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고, 정말 미국 스러웠기에 좋은 경험이었다. 좀 많이 짜기는 했지만, 커피도 맛있었고 좋았다. 그런데 양이 너무 많아서 나머지는 포장해서 나왔다.
4. 그런데 그러고 나니 갈 곳이 없었다. 너무 피곤했고, 어디 앉고 싶었지만, 우리나라처럼 쉴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친구는 카지노 안에 들어가서 기계 앞에 앉아있자고 했다. 처음에는 그러다가 진짜 도박중독자들 사이에 끼여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정말 이상한 사람들밖에 없었고, 내 체력을 믿고 이딴 식으로 여행일정을 짠 나와 친구가 원망스러워졌다. 그러다가 햇빛아래 앉아있고 싶어서 나와서 앉아 있었으나, 홈리스 한 명이 다가와서는 우리가 포장한 남은 음식을 보고는 안 먹을 거면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 정말 당당했다 ㅋㅋㅋㅋ 우리는 피곤하기도 하고 그 남은 음식들이 짐이기도 해서 홈리스에게 주었다. 그리고 정처 없이 떠돌다가 너무 갑자기 짜증이 났다. 나는 미국 사정을 몰랐고, 장거리 비행이 처음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여행일정을 짠 내가 너무 싫었고, 더불어 친구가 너무 미웠다. 친구가 괜찮다고 해서 이렇게 진행했는데, 나는 이번에 경험했지만, 친구는 여러 번 이곳에 왔었다고 했다. 친구는 사실 미국에 1년 넘게 있다 보니 이 정도는 위험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정말 소리 지르고 싸울 것 같아서 잠시 따로 있자고 했다. 친구는 여기까지 온 거 여러 곳을 구경하고 싶어 했고, 나는 정말 정말 안전한 곳에서 쉬고 싶었다. 잠시 각자의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
5. 길거리는 정말 더럽고 힘들었지만, 조금 비싸고 시큐리티가 있는 카페에 갔다. 아니 솔직히 비싸다고 해도 6불 정도였고, 나는 정말 안전함이 간절해서 기꺼이 6불을 지불하고 그곳에서 차를 마시며 앉아서 쉬었다.
6.2시에 스피어 예매를 해 놓았기에 1시 즈음 다시 만나서 스피어로 갔다. 모든 이동은 택시로 했는데 이것도 솔직히 정말 스트레스였다. 너무 한국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일까? 어디를 가는 것에 제약이 걸린다는 것이 이렇게 불편할 줄 몰랐다. 스피어는 솔직히 좋긴 한데 무서웠다. 인간의 눈은 8K를 넘어가면 사실과 허상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정말이었다. 기술이 놀랍기도 했고, 그다음 날 자이언캐년과 홀슈밴드를 가도 내가 이걸 실제도 보고 있는 건지, 스피어에서 화면을 보는 것인지 구분이 안되었다. 친구는 정말 좋아했지만, 나는 솔직히 무서웠다. 언젠가 내가 정말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될 까봐.
7. 스피어가 끝나고 드디어 체크인을 하러 갔다. 나는 정말 정말 자고 싶었고, 친구는 사실 택시비가 아깝다고 했지만, 진짜 짐도 풀고 좀 쉬고 싶었다. 사실 그전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얼리 체크인이 안되어서 너무 힘들었다. 체크인을 하자마자 바로 침대에 뻗어서 2시간을 내리 잤다. 사실 그냥 아침까지 자고 싶었는데, 온 김에 공연을 보고 싶어서 공연을 보러 또 7시에 갔다.
8. 나는 공연이 좋았다. 조금 자서 괜찮기도 했고, 의상이 진짜 화려하고 기발했기 때문에 의상을 보는 맛이 있었지만, 친구는 내용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고 했다.
9. 그렇게 공연을 보고 호텔로 돌아왔고, 사실 나는 아침부터 너무너무 아시아 음식이 먹고 싶었다. 쌀국수라도 제발 먹고 싶었지만, 정말 죽을 것 같이 피곤했고, 마침 다행히! 흑흑 호텔 지하에 서브웨이가 있어서 샐러드를 포장해서 한국에서 사 온 김치낙지죽 레트로트와 같이 먹었는데 진짜 ㅠㅜ 살 것 같았다.
10. 씻고 정말 죽은 듯이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