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아빠
매번 식사 메뉴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 그것만큼 지긋지긋한 일도 없을 것이다. 주부들은 공감하리라. 주부도 주부 나름일테지만, 나는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일도 이렇듯 매번 의무가 되어버리면 싫은 일이 되어 버릴 것을.
뭘 먹을까, 냉장고를 괜히 한 번 열어서, 쓱- 본다. 먹을 것이 천지에 없다. 유부초밥 키트와 두부가 보인다. 그럭저럭 먹을 만한 두부유부초밥.
아직 잠이 묻어있어서 민첩하지 못한 손놀림으로 느릿느릿 밥을 푼다. 푼 밥에 두부를 올리고, 소스를 버무린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유부를 하나씩 집어서, 속을 채워나간다.
만들면서 하나씩 집어먹는다. 그리고 아이그릇을 가지고 온다. 식탁 위에 놓고, 그 위에 완성된 유부초밥을 하나씩 올린다. 가지런히.
그러다 문득 남편 입에 하나 넣어주고 싶어진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주면 싫어할 것 같지는 않다. 삶의 무게와 이별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후부터는… 잊혀진 마음.
유부초밥을 하나 만든다. 속을 꾹꾹 눌러담아 들고, 그의 방으로 향한다.
그는 살며시 잠들어 있다.
지치고 피곤한 기색, 어제의 숙취와 오늘의 휴일이 주는 묘한 안도감을 얼굴에 드러낸 채, 어설픈 자세로 잠들어 있다.
그 모습을 잠시 멈춰 서서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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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있던 유부초밥은 내 입 속에 쏙 넣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