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
A세계에서 진실의 정의는 a이다.
B세계에서 진실의 정의는 b이다.
A세계와 B세계는 단절되어 있다.
그런데, A세계와 B세계를 아우르는 경계 어딘가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 아이는 부모가 속해있는 A세계에서 자라게 된다
그 아이는 자라면서, A세계만을 경험한다. 대부분의 A세계와 쉽게 동화되는 사람들과는 달리, 그 아이는 점점 A세계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그 아이의 정체성 가운데 절반만을 A세계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이해받지 못하는 자신의 B세계적인 정체성은 필연적으로 방황한다.
이는 마치 민코프스키 시공간에서, 아래쪽 원뿔과 위쪽 원뿔(아래쪽 원뿔 + 위쪽 원뿔 = A세계)의 세계가, 인과관계가 없는 원뿔 바깥의 세계(= B세계)의 존재를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아이는 이런 난해한 개념을 A세계에 설명할 수 없어서, 때로 오해받고 이해받지 못해서 괴로웠다. 그러다 민코프스키 시공간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고통의 이유를 수학적으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더이상의 설명은 불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A세계는 수학을 좋아하니까, A세계에서 적절한 설명을 위한 도구는 언제나 수학이 답이다. 그러나 A세계와 B세계를 잇는 유일한 다리는 따로 있었고, A세계는 그 다리가 무엇인지 반쪽만 이해할 수 있었으므로, (왜냐하면 수학적으로 100% 설명할 수 없는 도구의 사용은 A세계에서는 논리검증이 안 된다는 이유로 지양되었으므로, 그러나 사실 그 좋아하는 수학만으로도 결국 충분히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너무 많은 가능성의 수용을 더이상은 할 수는 없다는 물리적 한계의 자각때문이었는지 어쨌는지, 그 아이의 슬픔은 잠시 묻어두기로 했다는, 아주 오래된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