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밖 탐험 핀란드 산타마을 로바니에미
영국에서 머물다 보니 여행지 한 곳을 고르는게 여간 쉽지 않다.
하지만 고민할 것 없이 2월 하프텀 방학에 무조건 핀란드를 가야했다.
정확히 1년전 2025년 2월 환불 불가 핀란드이글루 호텔 예약을 했었다.
아이 방학 스케줄도 현지 상황도 전혀 모르는데 참 용감했다.
20년 전부터 간직해왔던 아이 아빠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다.
미래의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핀란드 산타마을에 함께 여행 가기!
이 동화같은 꿈을 위해 20살때부터 5만원씩 매달 적금까지 부었다고 한다.
그 적금의 행방은 묘연하지만.....아무튼......
우연히 검색 중 알게 된 이글루 호텔이었고 블로그에 용기내어 댓글을 남겨보았고 비밀댓글로 친절히 호텔 이름을 알려주셔서 호텔스닷컴에서 예약을 시도했다. 놀랍게도 12월부터 2월까지 풀 예약이 상태로 예약이 가능한 날은 오직 하루 남아있었다. 지금껏 살면서 호텔 예약을 1년전이나 빨리 해본 적이 단한번도 없었는데세상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여행에 진심인가 싶었다.
지금 뒷목잡을 유로 환율을 생각하면 1년전 결제한 건 아주 잘한 일!
핀란드 사람들은 소문대로 다들 행복해 보일까?
여행을 시작하기 전 9년째 행복한 나라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첫날 공항 마트에서 만난 직원은 퇴근 시간에 눈치없이 들어온 우리가 반갑지 않을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기분 좋은 친절함이 가득했다. 중간에 들렀던 슈퍼에서는 미처 과일 무게를 재지 않고 계산대에 가져왔을 때에도 직원이 멀리까지 직접 무게를 재오는 수고를 기꺼이 해주셨다. 버스를 타고 엉뚱한 장소에서 내려 이글루 호텔 체크인 장소를 잘못 찾아갔을 때에도 그곳 직원들은 댓가없고 귀찮은 일이지만 자기 일처럼 도와주셨다. 우연일지 몰라도 우리가 만난 핀란드 사람들은 대체로 마음의 여유가 넉넉해 보였다.
눈 덮인 크리스마스 트리로 가득한 나라 핀란드!!!
달리는 차안에서 창밖을 내다 보면 마치 3D 영화관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듯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눈의 왕국 속에 와있는 듯한 이 기분!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풍광이다.
하얀 옷을 입은 키큰 크리스마스 트리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곳!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다.
둘째날 허스키 썰매, 순록 썰매, 산타마을 빌리지 get your guide 투어 상품은 미리 예약해두었다.
아이 아빠의 20년간의 간절한 소원! 드디어 산타할아버지를 만나러 설레는 마음으로 산타마을에 도착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1시간이 넘도록 긴 줄을 서고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겨우 산타할아버지를 만났는데 너무 나 허무하게도 사진 한장 달랑 찍고 바로 헤어져야 했다. 그래도 오랜 소원은 이루었네.
순록 스벤과 크리스토퍼를 만나다
다 자란 무거운 뿔은 떨어뜨리고 다음 겨울까지 새로운 뿔을 만들어내는 순록은
독성을 분해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 무시무시한 빨간색 광대 버섯이 최애 간식이란다.
미안하게도 집에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들렀던 피자집에서 순록 피자를 시키고 말았다.
아들과 남편이 급속으로 먹어 해치우는 바람에 한조각 겨우 먹어봤는데 양고기 향이 살짝쿵 나는 닭고기와 같은 식감이었다.
로바니에미 가성비 최고의 숙소 Motelli Rovaniemi
2월 성수기 로바니에미 시내의 호텔 값이 어마무시했기 때문에 3일간 머무를 도시 외곽에 있는 최저가 숙소로 결정했고 시내로 들어가야하는 불편함은 좀 더 감수하기로 했다. 택시비는 체감상 영국과 비슷한 수준이라 택시와 버스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편이 렌트보다 더 나은 선택인 듯 하다. 로바니에미는 인터넷이 매우 잘 터지고 우버도 금방 잘 잡히니 렌트카 없이도 충분히 즐길 만 한 곳이다!
예상치 못하게 아이와 남편이 이 저렴한 숙소를 너무 사랑해주었다.
남편은 숙소 안 프라이빗 사우나를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이용했고 (열기가 후끈하게 올라올 때에는 가운을 대충 휘감고 눈밭에 나갔다 왔던 건 비밀!)
아이는 5살짜리 감성으로 돌아가 3일간 눈밭에서 원없이 뒹굴었다.
숙소끼리 간격이 워낙 멀어 사실상 고급 프라이빗 별장이나 다름 없었다.
이곳이 가족들에게 이렇게 사랑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런 예상치 못한 킥을 만나는 게 바로 여행의 묘미!
이번 여행의 미션 중 하나는 북유럽 설산에서의 스키 도전하기!
라플란드에는 훨씬 규모가 큰 스키장도 있지만 이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로바니에미 근교에 있는 소박한 스키장으로 가기로 했다.
오우나스바라 스키장(Ounasvaara Ski Centre) 이곳은 초등 가족, 초보자 스키어에게 아주 딱 맞는 스키장이었다. 주로 8번과 10번 슬로프에서 탔는데 좀더 구불 구불 스릴 넘치는 곳도 물론 있다. 상급자 슬로프에서 다람쥐처럼 날아다니는 걸음마를 막 뗀 어린 아가 스키어들도 있었다. (20년 후 동계올림픽에서 만나게될 꿈나무들일지도...) 이곳 스키장은 100% 자연 눈이라 그런지 한국에서 탈때보다도 훨씬 속도조절도 잘되고 괜히 더 잘 타는 기분이 들었다.
급경사 스키슬로프보다 나는 T- bar 라는 엉덩이 걸치며 올라가는 리프트가 제일 무서웠다. 몇번을 타도 적응이 안되는 공포의 T- bar!
1년전 예약한 이글루 호텔에서의 1박은 매우 이색적이었지만 실시간 확인한 오로라지수는 밤새도록 바닥을 찍었다. 오로라를 기대하며 예약한 야간 기차(무려 인당 30만원!!)에서도 오로라는 못봤다. 오로라 지수가 살짝 높아져도 회색 구름 하늘은 절대로 오로라가 보일 틈을 주지 않았다. 작년 아이슬란드 여행에서도 단한번을 못본 오로라! 오로라는 우리 가족을 피해다니는 게 맞다.
내가 핀란드 여행에서 행복했던 이유
주어진 일의 영역을 넘어 기꺼이 도와주려는 사람들
그간 방문한 유럽나라 중 가장 빠른 인터넷
영국과 비슷하거나 저렴한 슈퍼마켓 물가! 여기 북유럽 맞아?
주택 난방 퀄리티가 좋아 매우 따뜻하고 아늑한 실내
숙소마다 구비되어 있는 개인 사우나
아름다운 동화속에 들어온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
그리고
세계 최고의 인프라와 신뢰감
그 안에서 주어진 하루를 감사히 살아가는 사람들
잠시나마 머무르며 느꼈던 핀란드에 대한 짧은 소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