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포드 중고차 구입 후 이러면 주차 벌금 폭탄

영국 1년살기 서바이벌 게임 1탄

지금 옥스퍼드에 살고 있다.

어쩌다 꿈만 같은 옥스포드동 하트 스트리트 주민이 되었다.

스트리트 이름도 어쩜 로맨틱하게 하트란다.


하지만 주민 신고식은 결코 로맨틱하지 않았다.

옥스포드 제리코 JERICHO 하트 스트리트 HART STREET

중고차를 받자마자 카운슬에 퍼밋을(집앞에 주차할 수 있는 권한) 신청했고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아 70 파운드짜리 노란 주차 딱지가 붙었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지만 안에 들어있는 종이를 펴보니 벌금딱지가 Penalty charge notice (PCN) 정말로 맞았다. 파운드 환율이 지금 1850원이니 원화로는 15만원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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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경악을 눌러담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신청한지 얼마 안되었으니 불법 주차인줄 알았겠지.

그리고 초반에 내야하는 멍청비용에 대해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으니까.


“주차허가증 신청한 상태입니다. 다시는 붙이지 말아주세요. 플리즈!”

간절한 마음을 담은 메모지를 차 앞면에 붙여두었다.


하지만 다음날 장을 보고 오는 길에 집에 도착하자 남편 표정이 일그러졌다.

우리의 메모지 바로 위 보란 듯이 노란 딱지가 떡하니 덧붙어있었다.

두 번째 경고문을 마주한 나는 이제 이성을 잃고 눈이 뒤집힐 것 같았다.


주차증이 나올 때까지 2주정도 소요된다는데 그럼 15만원씩 매일매일 벌금을 내란 말인가?

이게 지금 새로 이사온 주민에게 할짓인가?

이제 막 이민가방 7개 끌고 힘겨운 여정으로 지구 반바퀴를 넘어 온 우리한테

쌩돈 뜯어내는 이 사람들이 진짜 멀쩡한 유럽국가에서 할 수 있는 짓인가?


하지만 열만 올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세 번째 노란딱지를 붙이고도 남을 옥스포드다.

게다가 옥스포드 카운슬에서 부동산 계약서에 싸인이 누락되어 주차 허가증이 불가하다고 연락이 왔다. 싸인이 포함된 계약서를 다시 보내야 했고 주차허가증은 언제 나올지 모를 일이다.


그 때 이사 첫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요청하라던 밝게 웃어주던 옆집 이웃이 떠올랐다.

그분들도 처음 이사왔을 때 겪은 일이 아니겠는가?

눈앞에서 돈을 자꾸 떼이니 없던 용기도 절로 난다.

한국에서 들고온 한복 수세미 하나 냉큼 준비해서 도어 노커를 두드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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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주차딱지를 보여주니 자기들도 어쩜 똑같이 당했다며 너무 짜증나는 일이라며 함께 분노해주었다. 당장이라도 짐싸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이웃의 이 따순 한마디를 듣고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oxfordshire council (여기서 옥스포드셔는 도 개념, 옥스포드는 시 개념이다.)에 항의하는 글을 써보고 끝까지 벌금내지 말고 버티라고도 말해준다.

그리고 커플이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더니 조금 후 천사같은 이웃이 노트북에 정리 메모지까지 들고 와주었다.


1번 옵션 5분 거리 예전에 살던 집앞 24시간 방문자 무료 티켓 두장이 있으니 이틀정도 버텨볼 것

2번 옵션 다음날 아침 9시가 되면 옥스포드셔에 전화해서 따져볼 것

3번 옵션 옥스포드를 떠나 피신해 있을 것 (노트북으로 거리도 구글 맵으로 알려주었다. 옥스포드 인근 키들린턴이란 동네 한적한 스트리스 3곳!)


승인 자체가 2주 이상 걸린다고 했으니 1번 옵션은 불가했고 2번 옵션과 3번옵션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노란딱지 위에 붙은 노란딱지 그 위에 노란딱지를 또 붙이고도 남을 옥스포드셔.

이제는 더 이상 이놈들에게 당할 수 없다.


다음날 겨우 전화통화는 했지만 그냥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란다.

바로 옥스퍼드 시청로 출동했다.

몇십분을 기다린 후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여기는 해당부서가 없습니다. 여기는 시청이고 도청으로 가셔야해요.” (그럼 진작 말해주시지)

해맑게 이렇게 말한다.

“저도 여기 처음 이사왔을 때 똑같이 당했어요. 정말 어이가 없더라고요.” (피해자 무더기 속출)


차분하게 구글맵을 켜고 도청을 찾아떠났다.

이 상황에서 중세 감성이 넘쳐흐르는 도청건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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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만난 도청 입구 직원의 대답도

“당신을 도울 사람은 여기 없어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보세요.”

말문이 막힌다.


전화를 해도 직접 찾아가도 분노할 곳이 없다.

이곳 바로 여긴 영국이다.

지금껏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나라.


결국 인터넷 정식 호소 appeal 사이트에 들어가 간절하게 나의 사연을 남겼다.

자동 답변은 다음과 같다.

"잘 접수되었지만 당신같은 사람이 너무 많이 답변은 오래 기다릴 수 있습니다."

(내년쯤 한국 돌아가서 답장 받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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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불쌍한 우리 차는 옥스포드를 떠나 키들링턴에 몸을 피신했다가 얼마전 다시 복귀했다. 그 사이 허가증이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며칠간 괴상망측한 상상과 불안에 시달렸다. 인근 도시에 피신시켜두면 온전히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창문이 다 깨진 상태로 만신창이로 발견되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이웃의 도움으로 3번 옵션을 통해 우리는 2번의 딱지를 떼이고 더 이상의 딱지를 떼이지 않았다.


그리고 14일째까지 역시나 오지 않은 답변을 보며 굴욕적으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 (14일 안에 벌금을 내지 않으면 두배로 올라간다.) 결제는 그 어떤 절차보다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옥스포드에서 중고차를 구입하고 나면 해야 할일


1.옥스퍼드에서 차를 구입하고 나면 permit(1년 15만원)을 받아야한다. 1초도 머뭇하지 말고 신청해야 한다.

https://www.oxfordshire.gov.uk/transport-and-travel/parking/parking-permits/resident-parking-permits/apply-new-residents-parking-permit/apply-account

2.즉시 인근 주차할 곳으로 피신한다. (키들링턴 비치 크레스켄트 추천)

3.차의 안전이 걱정된다면 방문자permit을 구입할 수 있다.

4.만약 주차딱지가 붙으면 appeal 사유에 정당한 분노를 담아 적어본다.

https://www.oxfordshire.gov.uk/transport-and-travel/parking/parking-and-bus-gate-fines/appeal-against-parking-fine



그리고 어제 옥스포드셔에서 메일이 왔다.

2번의 벌금은 모두 전액 환불해주겠다고 한다.


꽤나 매웠던 옥스포드 주민 신고식은 이웃님의 인류애로 희석되어 기억 한켠에 저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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