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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유정 Nov 11. 2021

[집] 네 번째 집 구하기

나를 투영하는 담백한 집

정말이지, 너무 어려웠다.

이삿짐 가구를 옮기는 것보다도 내가 원하는 집의 조건, 예산, 위치를 모두 만족하는 집을 구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다.


“본가가 서울인데 왜 굳이 나와 사냐?” “돈이 많은가 보다” “어차피 다 만족하는 집은 못 구해” 라며 냉소 섞인 말을 듣기도 했다. 가족들과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예쁜 집을 구하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한 사람 한 사람 만날 때마다 -그 사람들로부터 허락을 받거나 그들을 설득시킬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집을 어렵게 어렵게 구하는 것이 유별난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이런저런 이유로 둘러대고 나 자신을 변호해야 했다.


두 어달 간 평택-서울 출퇴근도 감수하고, 내가 원하는 집을 발견할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리고 나는 마음에 꼭 맞는 집을 찾았다.

대추나무가 보이는 예쁜 창이 나 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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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박스나 장롱 틈 같은 구석을 참 좋아했다. 내 구역, 나와 주변의 경계가 확실해져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경계가 주는 포근함 같은걸 꽤 즐겼던 것 같다.


공간을 꾸미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테이블 위 숟가락 하나- 디테일한 부분을 고민하는 시간도 즐겁다. 하나씩 채워 가다 보면 내가 묻어나는 공간이 되고 비로소 삶의 활력을 느낀다.

구석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 어울리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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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집보다 ‘다른’ 집에 목말랐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오는 매물들 사이에서 그런 집을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내가 원하는 모양의 집을 짓는다면 모를까 이미 지어진 집 중에서 골라야 하지 않는가! 그동안 혼자 살아본 경험을 바탕으로 최대한 신중하게 내 생활방식, 루틴에 맞는 공간의 우선순위를 정해보았다.


첫 번째 조용한 동네일 것. 나는 소음에 예민한 편이다. 3년 사이에 이사를 무려 두 번이나 했다. 그래서 이번엔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오피스텔은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두 번째 청결. 예전에 여행 다니면서 베드 버그 나오는 더러운 숙소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사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집의 첫인상은 다 여기서 갈린다.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청결하지 않으면 탈락. (특히 화장실)


세 번째 집 방향. 지금도, 앞으로도 무조건 해가 드는 집을 구할 것이다! 아주 깊게 들어오지 않아도 좋다. 내 공간에 햇살이 조금만 스쳐도 그게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동남향의 집이라 오전에 해가 깊게 들어온다.

이 위의 세 가지를 충족하고도 예산, 위치, 톤과 분위기, 옵션 등등 여러 허들을 통과한 집이 바로 이 집이다. 이 집을 구하게 된 과정에는 참 고마운 분이 계셨는데,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갔으면 한다. 나중에 또 다른 집을 구할 때도!


이 집이 정말 재밌는 건, 공간마다 건축가가 의도한 특별한 장치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


- 다음 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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