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완전한 어른일까?

가끔 피터팬처럼 살고 싶어

어렸을 때 나는 서른이 되면 이미 내가 어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막연하게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서른에 나는 커리어 우먼이 되고, 부모님께도 마음껏 뭔가를 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멋지고 빛나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스무 살이 넘고 처음 부모님 곁을 떠났을 때, 내가 어른이었을까 스스로 물어보면 전혀 아니었다. 기숙사의 또래 친구들 보다야 내가 좀 어른스러웠던 것 같기도 하다. 집안일도 혼자 알아서 잘했고, 나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도 잘 돌보아 주었다. 그러나 나는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대학 내내 '진짜 나'를 찾는 과정을 거쳤다. 생각보다 나는 공부를 싫어했고, 생각보다 나는 게을렀다. 생각보다 나는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아 호기심이 많아 보였지만, 공부에 있어서는 얕게 아는 것이 좋았다. 그동안 공부를 성적을 잘 받기 위해, 그것을 통해 세상의 인정을 받기 위해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통제가 없는 대학에서 나는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에 매진했다. 덕분에 나는 우리 학교의 핵인싸라고 불렸고, 자연스레 대외활동 경력도 쌓였다.


그리고 첫 직장으로 대기업을 들어갔다. 인턴으로 지원한 4개 중에 하나만 최종적으로 합격했고, 인턴기간 동안 좋은 평가를 받아 정규직 전환이 확정되었다. 행복한 막학기를 보내고 입사를 했다. 그때 처음 어른이 뭔지 깨달았던 것 같다. 눈이 오고 비가 와도 회사 셔틀버스를 새벽부터 기다리는 사람들. 일어나기 싫은 아침에 이성과 본성이 매일 싸움박질을 하고 이성이 결국 이기는 게 어른인 것 같았다. 어른이 된다는 건 참 무거운 일이었다.


두 번째 직장을 다닐 때 엄마가 암 진단을 받으셨다. 혼자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던 나는, 퇴근 후 밥을 먹다가 전화기 속에 들리던 엄마 목소리에 김치찌개를 입에 물고 울어버렸다. "엄마가 검사를 했는데 종양 모양이 삐죽삐죽 이상하대. 아직 결과는 안 나왔는데, 엄마 암인 것 같아." 애써 담담한 엄마 목소리. 나도 안 우는 척하며 씩씩하게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요즘 암 그거 별거 아니래. 걱정 마. 내가 내 친구들한테 제일 좋은 의사 선생님 누구신지 물어볼게. 우선 병원 예약부터 빨리 하자."


그저 사회생활을 해 내는 게 어른이 아니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소중한 사람들이 언젠가 내 곁에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는 게 어른이었다. 엄마와 함께 병원을 다니고 간병을 하며 나는 진짜 어른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첫 번째 직장을 나와 두 번째 직장에 있음을, 그래서 엄마를 위해 휴직을 하고 간병에 올인할 수 있음을 감사했다. 그 때문에 승진이 누락되었지만 나는 사람에게는 항상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음을, 그때는 내가 그곳에 있었어야 했음을 안다. 그래서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사회에서의 여러 힘든 순간들,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경험을 지나 지금 내가 되었지만 진짜 나는 어른이 된 걸까? 아직도 작은 일도 시도하기 겁이 날 때, 엄마품에 안길 때, 이성보다 감정이 앞설 때 나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아이를 낳아봐야 진짜 어른이 된다던데, 그래서 난 아직도 진짜 어른이 돼지 못하였을 지도.


어른이 된다는 것. 참 어려운 일이다. 퇴근하면서 생각해 보니 10년 넘게 나의 선택에 늘 책임지며 살아온 것 같은데, 왜 계속 마주하는 것은 어려움 투성이일까. 가끔 나는 어른이고 싶지 않다. 도피하는 마음으로 '피터팬처럼 평생 네버랜드에 살 수 있다면' 하고 오늘도 일어나지 않을 일을 꿈꿔 본다.




작가의 이전글가스 라이팅은 남녀 사이에만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