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성아 Jun 21. 2021

사람 사이 거리가 필요하다

20cm유지

용인 칼리오페 야생화 동산의 오솔길

길을 걸어갈 때 사람과 거리가 매우 중요하다.


적당한 보폭과 거리 유지는 대화에 집중 할 수 있고 편안한 대화의 분위기도 보장 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동성끼리 팔짱 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 경우 불편하지만 상대방이 무안할까봐 어느 정도 붙잡혀 있을 때가 있다.


이것은 물리적인 거리 뿐 아니라 부탁을 받거나 무리한 약속을 요구 받을 때도 마찮가지이다. 내가 상당히 무리해야 하는 거리의 동행이나 맛집투어에 응하면서 불편해 하던 기억들이 있다.





거절을 못해서 불편함을 감수할 것인가

나도 나중에 부탁 할 게 있을 수 있으니까 맞춰줄 것인가


아니아니 그런게 아니다...다만 상대방의 기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렇다면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최근에 한 분과의 대화를 통해 사람 사이에 거리 유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있었다. 10cm로 친밀할 것인가? 30cm로 멀리 둘것인가? 20cm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적당히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그 분의 말씀은 20cm를 유지하면서 상대의 다가옴에 따라 유동적으로 관계를 가지기를 권유 하셨다.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 조금 말이 통한다 싶으면 미친듯이 가까워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림을 그리는 직업을 가진지라 작업실에서 그런 사람들을 간혹 만난다. 미술을 전공한 분들도 있고 다른 전공과 직업을 가지다가 뒤늦게 그림관련 업종에 참여하는 분들이 있다. 시어머니욕을 하거나 엄마욕을 하거나 자신의 전직장 욕을 하거나 그들은 뭔가 응어리같은 것들을 단기간 내에 집착적으로 쏫아낸다. 나를 뭘 믿고 이렇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는거지? 의문이 들지만 일단 듣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계의 끝은 좋게 끝나지 않는다. 기대한 만큼 채워지지 않았을 때 이간질을 통해 관계를 끝내거나 일방적인 관계단절의 통보 후에 끝나고 만다.


반면에 20년 이상 알고 지낸 친구들 중에도 이 거리유지 실패로 관계단절이 이루어진 경우도 있다. 20대에 알았을 때는 단체로 어울려 지내면서 개인적인 면면이 크게 드러나지 않다가 30대로 접어 들면서 가까워지면서 무리에서 벗어나 일대일 관계가 형성이 되면서 실재 면면들이 서로에게 드러나면서 갈등이 드러나고 해결이 안되면서 관계단절을 하게 되었다.


모든 인간관계의 단절이 거리 유지 실패는 아닐 것이다.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상대나 인간관를 내가 먼저 끊어내기도 하고 나에게 기대하는 것을 내가 채워 줄 수 없어서 상대편에서 관계를 끊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크게 보면 이 모든 것이 거리유지에 해당 될 수도 있겠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다만 상대방의 기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렇다면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싫은 것을 말하지 못해 어정쩡한 상태로 상대방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불편하게 만나거나 하는 것은

나 또한 관계에서 자양분을 얻고 싶은 니즈가 많은 사람인 것이다. 결론은 외로움을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채우려는 경향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람에게서 그 외로움의 해결책을 찾아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 사이에 거리 유지는 자연스럽고 물 흐르는 것이 될 것이다. 오늘 오전에도 한 친구의 어려운 제안을 솔직한 이유로 거절했다. 실망이야 했겠지만 다른 동행을 찾아 나설것이다. 20cm를 유지하고 있다.


가족, 오랜 신뢰가 있는 친구는 오히려 이 거리유지를 그들 스스로가 나에게 하고 있다. 아 뭔가 피곤한가 보네... 시간 되면 전화 하겠지. 나중에 보면 애기하지 뭐...이렇게 공간의 여유는 시간을 벌어주고 그 사이로 우리의 일상이 안전하게 지나간다.


#일상 #사람사이거리 #인간관계 #에세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