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력은 곧 경쟁력이다
"이게 치약이야? 무슨 하수구 냄새도 아니고..."
며칠 전, 독일의 국민 치약이라 불리는 '아조나(Ajona) 치약'을 처음 입에 넣었을 때의 충격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선물을 받아 호기심에 뚜껑을 열었지만, 입안에 퍼지는 역한 냄새에 화가 날 지경이었다. 칫솔을 내던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억지로 양치질을 마쳤다. '이걸 계속 써야 하나, 그냥 버려야 하나' 고민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딱 4일이 지났다. 어제까지만 해도 미세하게 남아있던 그 거부감이 오늘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오히려 양치를 끝내고 나니 그동안 쓰던 일반 치약보다 입안이 훨씬 더 개운하고 상쾌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불과 며칠 전의 불쾌함이 상쾌함으로 바뀌는 이 반전. 인간의 적응력이란 이토록 빠르고 놀라운 것이다.
생각해 보면 약 30년 전, 이태원의 한 태국 식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프랑스 유학파인 처형의 추천으로 처음 '똠양꿍'을 마주했을 때다. 세계 3대 수프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첫 숟가락을 떴을 때의 느낌은 충격 그 자체였다. 마치 시궁창 물을 떠다 놓은 것 같은 묘한 향과 시큼함에 숟가락을 내려놓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똠양꿍이 없어서 못 먹는 사람이 되었다. 그 강렬했던 첫인상의 장벽을 넘어서고 나니, 고수와 레몬그라스가 어우러진 그 오묘한 맛의 깊이를 알게 된 것이다. 비단 똠양꿍뿐만이 아니다. 그 맛에 한번 적응하고 나니 라오스나 중동 등 해외 어디를 가든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들이 두렵기는커녕 즐거움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흔히 '경쟁력'이라고 하면 남들보다 뛰어난 기술이나 지식을 떠올린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과 다양한 환경 속에서 진짜 무서운 경쟁력은 바로 이 '적응력'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환경, 낯선 문화,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내 익숙함의 범주를 벗어난 것들을 '틀린 것'이나 '나쁜 것'으로 규정하고 밀어내려 한다. 치약의 냄새가 그랬고, 똠양꿍의 맛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낯선 불쾌함을 잠시 견디고 마음을 열어 받아들이는 순간, 나의 세계는 그만큼 넓어진다. 4일 만에 치약 냄새에 적응하듯, 처음엔 도저히 못 먹을 것 같던 음식이 소울 푸드가 되듯, 적응력은 우리 삶의 지경을 획기적으로 넓혀준다.
해외 생활을 하다 보면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하다 향수병에 걸리는 사람도 있다.
라오스에서 몇 년을 살고, 중동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지내면서 내가 가장 감사했던 것은 바로 이 '입맛의 적응력'이었다. 음식이 맞지 않아 고생하는 대신 현지 음식을 즐길 수 있었기에, 나는 그곳에서의 삶을 버티는 것을 넘어 '누릴' 수 있었다.
적응한다는 것은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없던 새로운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내 감각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적극적인 행위다. 낯선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힘, 불편함을 편안함으로 바꾸는 유연함. 이것이야말로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갖춰야 할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경쟁력이다.
너무도 빨리 급변하고, 오늘의 필요가 내일은 무용지물이 되는 시대
변해가는 시대를 피할 수 없다면 잘 적응하는 능력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