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승진을 한 후 저녁 약속이 나보다 더 잦아졌다. 소위 승진 턱을 내야 하는 자리가 많아진 것이다.
자연스레 내가 딸 아이의 숙제와 집안일을 담당하게 됐다.
문제는 와이프와의 일정이 저녁 일정이 겹치는 경우. 길게는 2달 뒤의 일정을 미리 잡는 나와 달리 와이프의 약속은 하루, 이틀 전에 잡히곤 했다. 승진 축하의 말을 들으며 약속이 잡히는건데, 종종 나의 일정과 겹치는 것이다.
와이프와 나 둘 중에 한명은 일찍 들어가 장모님과 교대를 해줘야 하기에 둘이 일정이 겹치면 둘 중 한명은 미뤄야 한다. 보통 미루는 사람은 나. 윗분들을 모시고 가는 자리가 아니면 상대측에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변경한다. 와이프가 저녁 일정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에 최대한 맞춰주려고 하고 있다.
하루는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와이프에게 카톡이 왔다. 이전에 같이 일했던 직원들이 축하를 해준다며 당일 만남 즉 번개를 하자고 요청이 와 가도 되냐는 것이었다. 다행히 이날 만나기로 한 관계자에게 양해를 구해 약속을 미뤘고, 그 즉시 와이프에게 재밌게 놀다오라고 답해줬다.
집으로 돌아와 딸아이의 숙제를 봐주고, 집안일을 하는데 와이프가 집으로 돌아왔다. 왜 이렇게 빨리 왔냐는 말에 "다들 엄마들이라 늦게까지 안 있어"라고 답하는 와이프. 더 놀고 싶지만 나에게 미안해 일찍 돌아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와이프에게 다음엔 더 늦게까지 놀다오라고 말하며 안아줬다.
울대장~ 요새 일도 바쁜데, 승진 턱 내느라 힘들지? 그래도 자기 축하해주는 자리니까 좋은 곳에서 잘 대접해. 그리고 요새 말고도 다른 지인들 만날 일 있으면 다녀와. 으뜸인 내가 잘 케어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