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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 Oct 20. 2023

SNS를 끊었다.

요즘 SNS를 안 하는 사람이 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세상은 SNS로 소통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역시도 SNS에 물들어있었다.


# 어쩌고 ,# 저쩌고 를 어떻게 쓰는지는 몰라도 내 일상과 가족사진등의 기록하는 데엔 문제가 없었고 연락처로 공유되어 있는 친구들의 근황을 아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식탁에 앉아 가족들과 밥을 먹을 때도 서로 휴대폰만을 들여다보았다.


SNS에 연결된 동영상들을 어쩌다 한번 클릭해 보면 그놈의 알고리즘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어느 순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의 영상과 내 삶에 전혀 보탬이 하나도 될 거 같지 않은 우스운 영상들. 

몇 초간의 간추림영상들이 즐비한 그곳에 빠진 나는 휴대폰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그건 남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대화는 끊어졌고 이따금씩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만 의무적으로 나눴다.


나는 온 세상과 이어져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고립되어있었다.





"엄마. 왜 맨날 휴대폰만 봐? 아빠도 맨날 휴대폰만 봐. "


아이들 목욕을 시키던 중이었다. 둘째와 셋째는 욕조에 앉아 물놀이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 앞에 앉아있었다.


아이들이 위험할까 봐 지켜보려 욕실에 앉아있었지만 정작 아이들이 아닌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것도 아무 의미 없는 댄스 챌린지영상이었다. 


이런 무의미한 것들에 정신을 쏟고  있다니... 나만 빤히 쳐다보고 있는 두 아이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어플을 삭제했다. 충동적이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삭제하고 휴대폰을 욕실 밖으로 내놓고 아이들과 놀아주고는 목욕을 마치고 새 옷을 입혀 침대에 눕혀 재웠다.


그 짧은 두세 시간 동안 떨어뜨려 놓은 휴대폰 쪽으로 자꾸만 시선이 갔지만 의식적으로 더 멀리 밀어냈다. 


며칠간은 마음이 그렇게 불안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휴대폰을 찾아 손에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스마트폰중독이라는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동안 몰랐던 나의 습관들도 알 수 있었다. 

컴퓨터를 앞에 두고도 휴대폰으로 검색을 했다.

아침 알람도 노래를 들을 때도 택시를 부를 때도 검색을 할 때도 거의 내 생활의 전반을 휴대폰에 의지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그토록이나 멀리하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휴대폰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은 나였다.,




친한 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 요즘 뭐 하고 지네?


"나야 뭐... 그냥 똑같지 뭐. "


-아니 네 소식이 통 올라오질 않길래 걱정이 돼서. 


그러고 보니 sns를 시작한 뒤로 예전엔 아무 용건 없이도 안부차 한두 번 오가던 전화들이 뜸해졌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아무 일이 없다는 것과 그저 더 이상 sns를 하지 않게 되었노라고 말했다.


"덕분에 목소리도 듣고 좋네."


전화를 끊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sns만 들여다봐도 지인이 오늘 어디에 갔었는지 혹은 누구를 만나고 어떤 걸 먹었는지 시시콜콜 까지는 아니어도 근황을 알기엔 부족하지 않았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들과 여행을 간다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거나 하다못해 공원산책길의 노을까지.

그러고 보면 항상 좋은 일만 있던 건 아니었는데 sns에 올라가는 사진들은 전부 좋은 모습들 뿐이었다.

나는 잘 지내고 있노라고 이렇게나 행복하다고. 서로 자랑하듯 올리는 그 허울 좋은 사진들.


그러니 그저 잘 지내는가 보다. 서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좋아요 버튼을 한번 더 눌러준다고 해서 내 삶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는데... 


이후로 이런저런 전화들을 몇 통 더 받을 수 있었다. 다들 반가운 목소리였다.

이전에는 서로 바빠 잘 만나지는 못해도 자주 통화하곤 했는데 그 정겨운 목소리를 정말 오랜만에 들은 듯했다.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나는 결국 다시 휴대폰을 손에 들고 살게 되었지만 sns만큼은 완전히 끊게 되었다.

덕분에 전처럼 아니 전보다 안부전화도 많이 받고 많이 하면서 직접 근황을 묻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나눠가며 지내게 되었다. 


전화통화를 하다 보니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만나는 일도 잦아졌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한동안 잊고 살았던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제라도 다시 알게 되었으니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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