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 나는 친구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건 꽤나 자연스러웠지요. 잘 모르는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그리 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을 마주할 때면, 너무 불편해서 어색한 침묵이 흐르거나, 때로는 잔뜩 긴장하기까지 했어요. 그래서일까, 차라리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 익숙한 공간 안에서만 지내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몇몇의 친구들과만 속 깊은 정을 나누고 그 외엔 내 세상에 남을 초대하는 일도, 다른 사람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일도 불필요하게 느껴졌습니다. 그게 서로에게 최선의 배려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 불가피해졌지요. 나와 생각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충돌도 생기고, 작은 오해가 쌓이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예전처럼 그 상황이 부담스러웠고, 괜히 다르다는 이유로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불편함 속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일이 꼭 피해야 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된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성향과 시각을 이해하려고 할 때, 그 사람을 통해 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때로는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되었고, 내가 가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차이를 두려워했다면, 이제는 그 차이가 주는 기쁨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다름 속에서 충돌이 생길 때도 있지만, 그 과정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이죠. 오히려 그런 충돌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다른 성향을 가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나는 더 풍부한 경험을 쌓게 되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삶이 다채로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여전히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고 좋으며, 모든 사람과 친해지려는 욕심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적은 친구가 아니라, 나와 다른 성향의 친구들과 맞춰가며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압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기쁨은, 내가 나이 들면서 비로소 알게 된 가장 큰 기쁨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