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시험에 합격 후 6개월 동안 실무교육을 받아야 정식 세무사가 될 수 있다. 실무교육은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하나는 한국세무사회에서 주최하는 교육이고(1개월), 하나는 수습처에서 말 그대로 일을 배우는 것이다(6개월).
정리하면 1개월 동안은 교육과 수습을 병행하고 남은 5개월은 수습만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수습처는 스스로 구해야 한다. 세무사 합격 발표가 나고 가장 놀랐던 건 수습처 구하기가 생각보다 힘들다는 사실이었다. 적어도 합격 발표 다음날까지는 합격의 기쁨을 온전히 누릴 줄 알았다. 그러나 일명 "이름 있는 세무법인"은 발표 당일에 수습 공고가 올라왔고 마감일도 빨랐다.
'발표 다음날까지는 놀아도 되겠지'라는 안일한 마음 때문에 때문에 놓친 공고도 꽤 있다.
나는 합격 발표 다다음날부터 수습처를 찾았고 이력서를 보냈다. 여덟 군데 정도 지원을 했다. 수습처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세무법인과 개인 세무사 사무실이다. 어느 곳에서 수습을 받는지에 따라 수습 이후 진로가 달라지니 잘 생각 후 지원해야 한다.
당시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나는 이왕이면 큰 곳에서 수습을 받고 싶었고, 세무법인만 골라서 지원을 했다.
총 여덟 군데에 지원해서 네 군데에 서류합격을 했다.
다시 말하면 네 군데는 서류에서 떨어졌다는 뜻이다. 세무사 시험만 합격하면 앞길이 탄탄대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 준 첫 경험이었다. 왜 떨어졌을까? 당시 나는 26살이었고(수습으로 뽑기에 무난한 나이다), 나쁘지 않은 대학교를 나왔고, 학점도 좋고, 세무사 시험성적은 무지 좋았는데 말이다. 쓴웃음이 났다. 속이 울렁거렸다. 그래도 서류를 붙여준 네 군데에 감사했다.
면접은 두 군데를 봤다. 한 군데에서는 개인 방을 준다고 했다. 그렇지만 생긴 지 얼마 안 된 법인이라 체계가 없어 보였다. 동기도 없었다. 다른 한 군데는 세무업계에서 꽤 이름 있는 곳이었다. 동기가 총 7명이고 수습 월급도 200만 원이나 되었다.(그 당시에는 최고 수준의 대우였다)
이름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 반, 의지할 동기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 반에 두 번째 세무법인에서 수습을 받기로 결정했다.
위에서 수습처 구하기가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으나, 나는 양반인 케이스였다. 주위에는 오십 군데까지 수습 지원을 한 동기도 있었다. 세무사 합격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너무 빨리 시련을 맞이한 것이다.
혹시 세무사 공부에 관한 자세한 수기가 궁금하다면, 프로필에 있는 URL을 통해 네이버블로그로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