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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토세무사 Aug 08. 2021

슬기로운 인턴생활

술과 공부는 공존이 가능하다


세종시에 있는 동안 두 명의 절친이 있었다. 한 명은 같은 회사 동료였고 한 명은 우연히 만난, 세종시에서 일하고 있는 과 선배였다. 고등학교 친구처럼 거의 매일 봤고 만나지 않은 날에는 연락이라도 했다. 그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었지만 나중엔 나의 소개로 친해졌다.

둘 다 우열을 가릴 수 없게 좋은 사람들이었다. 다정다감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났다. 그리고 술을 좋아했다. 그래서 세종시에서 지낼 때 술을 자주 마셨다. 보통 셋이서 마셨지만 어쩌다 그들의 친구들이 합류해서 넷이나 다섯이서 마시기도 했다. 그들과 술을 마시지 않는 날엔 혼자 맥주를 마셨다.


요즘에는 "이유"가 없으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 건강을 해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고 시간이 아깝기도 하다. 대학교 때도 이유가 있을 때만 술을 마셨다. 무리에 끼기 위해서 마신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세종시에서 마셨던 술에는 이유가 없었다. 그 순간이 즐거워서 자발적으로 마신 술이었다. 그래서 세종시에서 술을 마셨던 기억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다. 그런 날이 흔치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날엔 공부를 했다. 면접에서 '합격한다면 인턴을 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하겠다'라고 했는데, 절반은 진심이었고 절반은 그냥 한 말이었다. 하지만 부장님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부장은 인턴의 미래를 가지고 희망 고문하는 사람이었다. 전환형 인턴이 아니지만 열심히 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며 나를 살살 꼬셨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케이스가 있긴 했다. 아닌 케이스가 훨씬 더 많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부장은 자격증만 따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순수하고 어렸던 나는 인턴을 하면서 자격증 공부도 하게 되었다. 먼저 "재경관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전액 환급반 인강을 신청했다. 합격을 하면 수강료를 다시 돌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스스로 배수진을 친 것이다. 하루에 강의 세 개씩 듣는 것을 목표로 아침에 한 강, 퇴근하고 두 강을 들었다. 눈을 비벼가며 몇 개월 공부한 결과 안정적인 점수로 재경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산세무는 재경관리사보다 난이도가 낮았기 때문에 금방 딸 수 있었다.


자격증 시험에서 합격하고 부장님한테 숙제 검사받듯이 쪼르르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이렇게 하면 정규직 전환을 시켜줄까' 싶은 마음에 달려갔던 건데 사실 부장에게는 그럴 권한 없었다. 책임질 수 없는 말로 인턴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그때의 부장님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궁금하다.


살면서 가끔씩 세종시에서의 5개월이 떠오른다. 그때는 평일에 친구와 가족을 만날 수 없어서 많이 외로웠다. 하지만 고립되어 있는 상황 덕분에 다른 친구를 사귀었고, 원하는 것을 빨리 이룰 수 있었다. 나를 희망 고문했던 부장님도 밉지만 그 덕분에 목표를 가질 수 있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선 감사하다.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지냈던 날들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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