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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진채식 드셨나요?

보름나물 먹고 올해 더위 타파

by Kidcook Feb 13. 2025

이제는 정월대보름이 우리나라 고유명절이라는 느낌이 퇴색되었다. 예전에는 설날 보다 정월대보름을 더 큰 명절로 쳤다는데, 이제는 공휴일인 설, 추석을 제외하고는 정월대보름, 단오, 동지 등 우리나라 고유명절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 같다. 나도 요즘 사람이긴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정월대보름에 의미나 풍습을 알기나 할까 싶다. 


정월대보름 의의나 뜻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진채식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진채식이라는 단어는 나도 생소하고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조선시대 '동국세시기'에 기록된 바로는, 진채식이란 정월대보름에 묵은 나물을 무쳐서 반찬으로 밥과 먹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정월대보름에 진채식을 하면 그 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하여 예전부터 조상들이 지켜오던 풍습이란다.


나에게는 정월대보름이 잊을 수 없는 명절이다. 아버지 생신이 정월대보름 앞날이라 어릴 때부터 해마다 친정엄마가 해주시는 오곡밥, 보름나물, 부럼 등을 아버지 생신 때부터 먹어왔던 터라 매년 정월대보름은 챙겨지게 되는 날이다. 팔이 안 좋아서 오후에 주사 맞으러 가야 되는데, 시어머님이 주신 건시래기, 건고사리, 건가지가 있으니 병원 가기 전에 해놓으려고 부랴부랴 오곡밥 해둔 후 시래기나물, 고사리나물, 건가지나물, 들깨무나물 4가지를 볶기 시작했다.


건시래기는 껍질이 벗겨진 것도 있고 안 벗겨진 것도 있어서 껍질을 벗기고 된장, 마늘, 파, 들기름, 들깻가루에 버무렸다가 볶는데 그래도 좀 질긴 것 같다. 그래서 물을 좀 붓고 뚜껑을 덮어 익혔더니 좀 덜 질겨졌다. 시래기나물은 나도 처음 해보는 거라 이것저것 찾아봐가며 급식 제공 시 해본 기억을 더듬어 가며 조리를 완성했다.

다음은 고사리나물이다. 우리 집 남자 세 명이 모두 고사리나물은 잘 먹는 편이라 종종 해주던 거라 손쉽게 금방 할 수 있었다. 팬에 들기름과 다진 파, 마늘을 살짝 볶은 후에 불린 고사리를 넣고 볶다가 이것도 좀 덜 불려진 것 같아 물을 조금 부어 뚜껑을 덮어 좀 더 익혀서 국간장을 간을 한 후 완성했다. 

건가지나물은 두께가 조금 두껍다 보니 간이 미리 스며들도록 참치액, 국간장, 다진 마늘, 다진 파,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 후 20~30분 지난 후에 프라이팬에 볶았다. 살짝 볶다가 이것도 마찬가지로 물을 조금 부어서 물이 졸아들 때까지 볶다가 마지막에 통깨를 부려서 마무리한다.

마지막으로 들깨무나물은 무를 채 썰어서 소금 한 수저를 넣고 간을 해두었다가 10분쯤 지나면 프라이팬에 불을 켜고 무채를 넣은 후 물을 조금 넣어 뚜껑을 덮어서 익힌다. 마찬가지로 물이 거의 졸아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기름, 다진 파, 다진 마늘을 넣고 싱거우면 국간장을 추가해서 간을 한 후 마지막에 들깨가루를 뿌려서 완성한다.

 마지막으로 오곡밥을 해서 나물과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나는... 그러나 우리 집 세명의 남자들은 고사리만 먹고 아이들이 들깨무나물 조금 먹었다. 조금 서운하고 섭섭하면서 허무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팔도 아픈데 열심히 나물 준비하고 요리하고 했건만 반응이 별로다. 

저녁에 친구가 정월대보름이라고 보름달 사진을 보내며 문자가 왔길래, 이 얘길 했더니 자기는 좀 비싸긴 한데 그냥 반찬가게에서 한 팩 시켜 먹었단다. 그래서 나보고 너무 열심히 살 필요 없다며, "니도 내년부턴 그냥 한 팩 사 먹어라. 살림을 그리 야무지게 하니까 팔이 아프지. 대충 하고 살아라." 그런다. 

그래, 그 말이 맞지. 근데 왜 나는 이렇게 아등바등 내가 안 하면 안 될 것처럼 하는 건지, 친구말처럼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안 그래도 오늘 병원에 갔더니 원장님께서 "하는 일이 팔을 많이 쓰는 거면 직업 바꾸는 걸 생각해 보세요." 한다. 한 달 넘게 치료받고서도 안 돼서 MRI도 찍었건만 수술할 만큼 심각하진 않은데 이것저것 치료를 해봐도 잘 낫지 않으니 의사 입장에서도 답답했을 것이다. 주부도 이직이 가능하면 나도 이직하고 싶어라. 요샛말도 진짜 웃픈 일이다.




정월대보름 나물 만드는 법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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