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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주 1일 쌍둥이가 세상에 나오다#1

by 김토끼

안녕하세요 김토끼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아내와 함께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저희 가정에

올해 초 귀한 선물로 둥이들이 찾아왔습니다.

큰 이슈없이 아이들이 잘 자라주었고

37주차(10월 17일, 오늘입니다) 수술날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19일 새벽 1시경에

33주차 0일이었던 갑자기 아내의 양수가 터졌습니다.


아내와 저 모두 무척 당황하고 놀라서

기존 진료받던 대학병원에 전화하자

지금 병원에 오셔야할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관련 지식이 부족했던 저희는

새벽에 병원에 가면서 당분간 입원하겠거니..생각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에서 미숙아의 경우 산모가 입원하여 출산 일자를 최대한 뒤로 미룬다고 하였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여 태동검사 등 다양한 과정을 하면서

잠시 대기하였는데요. 의료진 분들도 매우 침착하셨고

담당 교수님께도 연락이 된 상태이며 교수님이 확인하실 예정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괜찮은 가보다.. 생각하며 조금 안심을 하였는데

이후 3~4시경 좀 있다 8시에 긴급수술로 출산을 할 예정이라고 듣게됩니다.


그때부터 동공지진과 지금 이 상황이 맞는지 혼란스럽기 시작했습니다.

34주 이전의 경우에는 폐성숙 등의 문제로 최대한 출산을 미뤘다는 내용들도

많았기 때문인데요.


의료진의 말로는 주말이 시작되는 지점이고

양수가 나오고 있어 감염 등의 문제 등의 우려로

지금 수술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하고 무섭기도 하였으나

이러한 일이 있을 수 있어 대학병원으로 다녔었고

NICU를 포함한 의료시설, 의료진 또한 역량이 출중한 병원이라

괜찮을꺼라고, 잘 다독이며 뜬 눈으로 밤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 후 아내는 8시경 수술대에 올라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30분정도 소요되는 시간과 함께 수술실 복도에서 대기하면 된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아내가 수술실에 들어가고

복도를 서성이며 이게 꿈인가..생시인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새벽 1시부터 지금까지 논스톱으로 이어지는 느낌)



그래도 아이가 태어난 남편이 해야하는 필수 과업중 하나인

아기 사진과 영상찍기를 진행하기 위해 준비하였습니다.

(신생아 영상을 보면, 보통 아빠가 처음 아이를 맞이할때

손가락, 발가락 수와 몸무케 등을 의료진이 설명하면

영상 속 아빠들은 '아빠야..'를 울먹이며 하곤 한다)



그렇게 복도를 한 바퀴 돌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저를 찾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산모님 남편분 어디계세요!"


급하게 달려가니 수술실에서 막 나온듯한

선생님께서 "아버님 엘리베이터 앞에 바로 계셔야 해요!"라고 하시며

첫째는 이미 NICU(신생아 중환자실)로 들어갔다고 하며

이제 곧 둘째가 올라올테니 여기 서 계시라고 하였습니다.


속사포로 이어지는 말들속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의료진은 이내 NICU로 들어갔고

뒤쪽에서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섭고 당황스러웠지만 핸드폰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습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간이 인큐베이터 주위로

3~4명의 의료진이 급하게 끌고 오고 있었는데



담당 의사가 보호자분이냐고 묻더니

"아이가 숨을 잘 못쉬어서 긴급하게 기도 삽관을 했습니다" 고 하며

둘째 아이의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동식 인큐베이터 유리속으로 보이는 아이는

너무 작았고 고통스럽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습니다.


"지금 NICU로 바로 이동해야 합니다." 라고 하며 다들 뛰어 들어갔고

이내 NICU문이 닫혔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찍은 영상을 보면 바닥만 찍고 있습니다)



저는 복도에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서있었습니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물을 사람도 방법도 생각이 안났습니다.


'산모는 어떻게 된거지..?'

'일찍 태어날 수 있고 33주지만 NICU에서 있으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

'아이가 숨을 안쉬어서 호흡기를 삽관했다면 어떻게 되는지..?'


물을 말이 가득했으나 정신이 없었습니다.

한참 그렇게 서있다.. 다시 6층 분만실 간호사 데스크로 갔습니다.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산모는 회복실에 있다가

병실로 이동할 예정이고 먼저 가있으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할일이 생기니 정신이 조금 차려졌습니다.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혹시 몰라서 챙겨왔던

분만가방(재왕절개 입원용)을 가지고

병실로 이동하였습니다.


떨리는 마음을 추스리며

캐리어 속에 짐들을 병실 수납장에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매트, 수술용 기저귀, 세면도구 등)


갑작스러운 수술에 당황한 아내가

최대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셋팅을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아이들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최대한 침착하게 말해줘야지.. 마음을 추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NICU 호출을 받고 내려갔습니다.

아이들을 만나기전 담당 교수님을 먼저 만났습니다.

교수님은 34주차 이전에 태어난 아이들의

폐성숙의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쌍둥이들은 단순히 미성숙의 문제가 아니라

폐가 전쳬적으로 안좋다고 하며

X-ray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쌍둥이 모두 폐가 전체적으로 포그(안개)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자가 호흡이 어려운 상태라

기도삽관 등으로 호흡을 보고 있고

앞으로 발생될 수 있는 사항들에 대하여

매우 자세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보통 의사 선생님들이

최악의 경우를 설명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상황이 너무 무겁고 무서워서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나..알면 너무 놀랄텐데..' 생각이 드니

더욱 어려웠습니다. 아이들의 상황에 대한 설명과

동의서 작성(아이가 두명이라 x2배)까지

약 40~50분간을 설명을 들었습니다.


면담 마무리 지점에

교수님께 "아내에게 바로 말 하지 않는게 좋겠죠? 수술 끝나고 몸도 힘들텐데.."라고 하자

정말 단호하게 꼭 바로 말씀하셔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아버님 NICU에 들어오는 33주차 아이들은 일단 위급한 상황이에요.

위험도와 10이라면 니큐에 들어오는 보통 아이들이 5~6정도인데

둥이들의 경우 6~7정도 상태에요. 위험도가 10이라는것은 아이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고 지금부터 2~3일이 가장 고비에요. 산모가 꼭 아셔야 해요."


이 말을 듣고 있는데 온 몸의 피가 모두 빠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후 간호사 선생님을 통해 소독하고 NICU에 들아가서

쌍둥이들을 만났습니다.


첫째는 1.5kg 조금넘게 태어났다고 하였습니다.

정말 작고 작은 아이가 자기 얼굴만한 산소호흡기를 얼굴에 부착하고

누워있었습니다.


둘째는 1.8kg정도였는데

호흡이 더 안좋아서 기도로 삽관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고 있던 첫째와 다르게 둘째는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있었습니다.


태어나 처음 느끼는 감정들이 올라오며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공식적인 시간이 아니라 짧게 얼굴만 보고 나왔습니다.

니큐에서 나와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아기들도 걱정이지만

아내에게 어떻게 말해야할지..

아내가 많이 속상해할텐데라는 생각에

많이 슬펐습니다.


그 사이에 아내는 회복실에서 병실로 이동한 상태로

저에게 전화가 계속 오고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병실에 올라가니 수술을 마친 아내가 누워있었습니다.


아내가 먼저 얘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아기들이 태어날때 울음소리를 들었는데,

그때 마음속에서 아 내가 이 아이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의료진을 통해 아이들이 NICU에 간 것을 들었다고 하는 아내에게

지금 아이들을 만나고 왔고 의료진에게 들었던 내용을 전달하였습니다.


쉽지 않은 내용들이었는데..

아내는 담담하게 얘기를 들었습니다.

몇 시간 뒤 걷기도 힘들어서 휠체어를 타고 NICU로 들어가

인큐베이터를 붙잡고 겨우 아이들을 보고 왔습니다.


그날 아내는 열이 많이 났습니다.

그런데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밤을 견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몸의 산수치가 높고 호흡이 어려웠었다는 얘기들과 함께

이번 주말을 잘 지켜봐야하고 앞으로 몇 번의 고비를 넘겨도

최소 6주는 입원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왔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의료진이 걱정한 것보다

우리가 슬퍼했던 것 보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견뎌줬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

아이들이 태어나는 예정일이었던

10월 16일이 되었습니다.


오늘 태어났다면 1일이었겠지만

우리 둥이들이 태어난지 벌써 28일입니다.


잘 견뎌주고 있고 몸무게도 조금씩 늘어서

이제는 제법 신생아 티(?)도 납니다.

(gpt도움을 받아 그림으로 변환하였습니다)






image.png?type=w773 첫째, 열매
image.png?type=w773 둘째, 씨앗이

갑작스러운 출산과 니큐 입원으로

마음도 어려웠으나

아이들이 해내준 것에 비하면

이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고맙고.. 또 고마웠던 시간들입니다.

그렇게 저희는 부모가 되었습니다.

이 얘기는 한번에 쓰기가 어려워서

조금 나눠서 써야할 것 같습니다.


경제, 저축 글이지만

돈을 모으고 버는 이유인

아내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함이기에

언젠가 이 글을 보게 될 아이들을 생각하며

개인적인 기록을 적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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