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란, 생각할 겨를조차 없는 곳이었다
첫 직장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그 대기업이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어떻게 입사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학점은 겨우 턱걸이로 맞췄고, 졸업도 아슬아슬하게 했다.
모든 게 엉성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스퍼트를 내는 건 이상하게도 내 특기였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내 삶은 늘 그랬다.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버티다가, 마지막에 벼락치기로 자격을 갖추는 패턴.
운이 좋았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 안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
대학 시절 초반엔 그냥 놀기만 했다.
그러다 군대를 다녀와서야 조금 정신을 차렸다.
결국 간신히 졸업장을 받고, 어쩌다 보니 대기업에 입사하게 됐다.
그때는 그게 얼마나 큰 선물인지 몰랐다.
출근은 7시, 퇴근은 4시라고 들었지만, 그건 말뿐이었다.
우리는 ‘세븐일레븐’이라고 불렀다.
7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퇴근하는 삶.
90년대 중반, 월급은 한 달에 50만 원 남짓.
노래방 몇 번 가면 통장이 텅 비었고,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야 겨우 생활할 수 있었다.
지금의 대기업 신입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영세했다.
하지만 그 시절, 일만 했다. 정말 일만 했다.
그래서일까, 지금 어떤 어려움이 와도 겁이 나질 않는다.
나는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단련되었다.
요즘은 누군가에게 일을 시킬 때도 눈치를 본다.
후배들에게 함부로 말하지 못하고, 분위기를 먼저 살핀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왜 그때 태어났을까?’
조금만 늦게 태어났다면, 나도 선배들에게 존중받으며 성장하는
요즘 세대처럼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이게 회사생활인가?“라는 생각조차 못 했다.
처음 1년은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아침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일했다.
그게 당연하다고 여겼고, 버티는 법만 배웠다.
하지만 그게 나를 단단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그 시절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고단했고, 답답했지만...회사가 나에게 준 가장 큰 가르침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버티는 법"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