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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또집 Nov 02. 2024

엄마의 나 홀로 부산 여행

꿈을 향해 한 발짝

나는 요즘 운이 좋다.



평생을 휴지 한 조각 당첨되어 본 적이 없는데,

요즘은 평생 못 쓴 운을 몰아 쓰는 건지 종종 무언가에 당첨이 되곤 한다.



가장 최근의 내 운은 [북항 친수공원 인플루언서 팸투어]라는 것에 썼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부산 북항에 이어오고 있는 [북항재개발사업]을 들어본 적이 있을까.

그런 이도 아닌 이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지 않은 이에 속해 있었는데,

나와 같은 이를 위해

[북항재개발사업]으로 새롭게 가꿔진 친수공원을



시민의 발로 밟아보고 시민의 눈으로 둘러볼 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 바로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x 인플루언서 팸투어' 행사이다.



사진 인플루언서의 강의 및 친수공원 일대를 둘러보는 약 3시간의 출사 여행.



행사 홍보 포스터에 보이는 동경하던 사진 인플루언서의 이름.

게다가 참석자는 선착순 당첨.

'인플루언서의 이름', '선착순'. 이 두 단어에 홀려버렸다.



나에게는 돌봐야 할 아이들이 둘이나 있음에도

이 주책맞은 아줌마는 잽싸게도 행사 참가를 신청해 버렸다.



사실은 '이게 되겠나'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신청해 버렸었는데

덜컥

당첨이 돼버렸으니 뭐 어쩌겠는가.



웃음이 도는 입을 애써 숨긴 채

서둘러 아이들을 맡길 곳을 찾고

모진 어미는 나 홀로 부산행 기차에 몸을 맡긴다.



부산항 북항

1876년 개항,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세상에 뻗어 나가고 경제 성장을 하는데 힘을 썼을 장한 항구다. 물류 중심의 항만 기능에만 집중하고 있는 북항을 시민, 상업, 문화 중심의 항만으로 개편하기 위해 [북항재개발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해양문화지구(리조트, 특급 호텔, 워터파크, 수족관 등의 레저, 휴양 기능), IT·영상·전시지구(문화와 전시, 쇼핑센터 등의 기능) 등의 시설들이 대거 들어올 예정. 부산의 새로운 대표 관광지역이 어떻게 이뤄질지 궁금하지 않은가?


북항 친수공원

이 [북항재개발사업]의 일부로 개발 1단계 구역에 위치한 시민을 위한 공간. 부산역과 가까운데다 사진이 예쁘게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 없는 공간으로 꾸며있기에 '부산'하면 떠오르는 국제시장을 뒤 이어 부산 여행 시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노을과 인물 사진이 기가 막히게 나온다.) 반려동물 친화 공원으로 반려동물과 산책하기도 좋으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좋으니 부산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이 어찌 모이지 않을 수 있을까.



부산 여행의 시작.

부산역에 내려 잠시 자리에 앉았다.



강의를 듣기 전 잠시 시간이 난다.

허기진 배를 채울 타이밍이지만 발길을 정하기가 쉽지가 않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음식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급하게 아이들을 뒤로하고 떠나온 엄마에게는

그 많은 음식 중 최고의 한 가지를 선택해 낼 시간이 없었다.

(시부모님께 아이들을 맡긴 터라 동이 틀 때까지 집 청소를 하고 부산 도착 전까지 아이들을 챙겼다.)



해서 뒤늦게 부산역 한편에 앉아 지도 앱을 켜보니

부산역 도보 10분 거리에 시장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초량시장'



시장을 좋아하는 나는 우선 눈에 들어오는 시장으로 발을 옮긴다.

갖가지 음식이며 물건을 팔아 대는 시장인데

내 배 하나 채울 곳이 없으랴.



그렇게 도착한 초량시장.

부산의 유명한 음식을 먹어볼까도 싶지만

말도 안 되는 것을 발견해버리고 만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표를 어디 가서 볼 수 있을까.

저 작은 숫자를 붙여뒀음에도 손맛이 여기저기 묻어나는 것만 같은 시장 안 식당을 지나치지 못하고 엉덩이를 붙인다.



"사장님, 국수랑 칼국수 차이가 뭐예요?"

"하이고야- 국수랑 칼국수가 뭔지도 몰라서 오데 쓰노."

"칼국수는 늡적-한 거! 국수는 요래 얇은 거!"



금방 다른 손님에게 나온

김이 포실포실 올라오는 잔치 국수를 내밀며 말하시는 사장님.



"아하- 잔치국수! 저도 그거 하나 주세요."

"아- 그걸 잔치국수라 해야 되나? 할미가 몰랐다 미안타!"



오랜만에 몸에 달린 아이가 없어서일까.

마음이 가볍다 못해 붕붕 떠서 이런 대화에도 웃음이 실실 난다.



마음이 가벼우니 엉덩이도 가볍다.

이리저리 부산을 떨며 시장과 식당을 찍어대니

먼저 국수를 받아 든 손님이 말을 뗀다.

"서울 아가씨가 사장님 부자 되라고 인터넷에 올려줄라나 보다!"



그러더니만 턱-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미시며 말을 잇는다.

"이거 내 꺼 계산- 그리고 저 아가씨 꺼도 이거로 계산해라."



사장님과 친분이 있는듯한 손님이

사장님 잘 되라고 국수를 사주신단다.



시장이 따스한 건지

부산이 따스한 건지

이제 제법 쌀쌀해진 날씨임에도

왜인지 금방 내어 나온 국수같이 따수운 한 낮이다.



뜨끈한 국수로 몸도 마음도 데우고는

드디어 부산에 온 목적이자 부산에서 제일 고대하던 곳으로 이동한다.



장소에 가까워 올수록 마음이 설렌다.

부산항 국제 여객터미널에 위치한 북항재개발홍보관이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인플루언서 팸투어]의 강의 장소.




작가님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엽서 @minsome_eo

기대치도 못한 작가님의 엽서 선물로 강의를 시작한다.

동경하는 사람의 얼굴.

그 사람이 준비한 생각보다도 더 열정 있는 강의.

그 시간 안에 들어앉아 아이처럼 마음이 신이 난다.



강의 후

기분 좋은 가을바람을 느끼며 '북항 친수공원'으로

행사 참석자 모두 우르르 출사 여행을 떠난다.



부산역 도보 10분 정도에 위치해 있는 친수공원.



출사의 목적은 노을이었지만

노을이 지기 전인 낮 시간부터 친수공원은

바닷물을 품어 윤슬이 반짝이고 부산의 도시 모습까지도 빼곡히 담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 더욱 아름답다.

계절 별 개화 식물이 각 날씨를 대변하듯 이 친수공원을 물들이는데

요즘의 서늘한 계절에는 억새가 바람에 한껏 흔들린다.



아이들이 있었다면 저 억새 사이에 아이들을 넣어두고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 가을을 담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잠시 하고는

아쉬운 대로 아이가 빠진 억새밭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아쉬운 대로 담았다기엔 사진이 참 그림 같이도 담겼다.



어느 누가 그린다고 이런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나올까.

역시나 이 아름다운 사진에 아이가 빠졌다는 것이 영 아쉽다.

다시 기차를 타고 부산역에 내려 이 공원에 아이들 손을 잡고 와야겠다는 다짐이 굳게 선다.



앞을 봐도 예쁘고 뒤를 돌면 또 예쁘다.

예쁜 게 잔뜩이니 셔터는 쉬지를 못한다.

열심히 울리는 셔터음에 조금의 아쉬움은 금세 잊히고

손가락이 박자를 탄다.



그렇지만 가장 예쁜 건 야경이다.



하늘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고

공원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올 때

바알간 노을이 걸쳐진 이 친수공원의 야경이,



그곳에 간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일제히 같은 음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할 만큼

아름답다를 넘어서 기이할 정도.

전율이 든다.

친수공원의 아름다운 야경



부산역 근처의 작은 시장

시장에서 먹은 한 그릇의 국수

또다시 부산역 근처의 공원



아이를 팽개치고 대전에서부터 온 부산 여행이라 치기에는

다소 심심해 보이는 일정이지만



빛이 들어오니 한눈에 보이는 이 웅장하고도 깔끔한 공원

공원 위로 걸쳐진 붉은색의 노을

그리고 그 노을을 찍어대던 수십 개의 손이

잊히지 않을 전율이 됐다.



나는 엄마이자 나를 찾고 싶은 한 사람.

이 여행으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라는 것을 좀 더 제대로 배워보고자 하는 용기와

그 용기를 가지고 걸을 수 있는 약간의 길을 얻고 왔다.



앞으로 얼마를 더 살더라도

이 날의 이 부산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짐작되지 않을 만큼 수많은 사람의 손을 타 만들어졌을 게 분명한 이 공원에

뭐든지 따뜻하고 붉은 것만 같았던 부산의 기억을 두고 간다.



누군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이 좋은 공간이

또 누군가의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되기를.

#북항친수공원



@busanportauthority

#북항재개발사업#부산항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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